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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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합니다.

이 책의 시작은 <자이>라는 소년이 탐정이 되어 행방불명된 친구들의 소재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어요.

이제 고작 열살이 된 자이의 친구 바하두르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옴비르가 보이지 않습니다.

바하두르는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든 아이예요. 술에 절어있는 아빠보다 엄마의 의지가 되는 아이지요. 알고보니 카센터에서 일도 하고 있었어요.

옴비르는 춤을 잘 추는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꿈을 찾아 떠난걸까요? 그 아이를 아는 이들은 언젠가 TV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이는 친구들과 이 아이들의 행방을 쫓습니다. 보라선 열차를 타고 유령도시를 찾아가기도 합니다. 사모사라는 탐지견도 합류했어요. 점점 구색을 갖춰갑니다. 핸드폰도 없고 컴퓨터도 하지 못하지만 TV에 나오는 경찰들은 그런 것 없이도 제 역할을 했으니까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는 있을까요? 도입부에 등장하는 <정령> 멘탈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린이 복지 협회>에 적혀 있는 문구를 떠올려봅니다. "어린이가 먼저다. 어린이의,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를 위한" 그곳에 아이는 보이지가 않네요.

이후에도 아이들은 사라집니다. 안찰, 찬드니, 카비르, 카디파. 어디로 간 걸까요?

경찰. 그리고 어른들이 찾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희망이 있었지요.

자이의 누나 <루누>가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요.

희극은 없었습니다. 현실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영화 <추적자>가 떠오릅니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놓치고 말았어요. 누군가는 찾기 위해 애를 쓰고 누군가는 도움을 요청하지만 어른들과 공권력은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토록 바라던 <정령>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바래봅니다. 이제 나타나주세요.

기억할 것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거야. 정령들은 뭔가 보상이 주어질 때만 우리를 도와준다는 얘기야. 16쪽

제일 큰 문제는 자신에게 맞는 정령을 찾는 거야. 17쪽

아빠는 우리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모두 이 방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 '모든 것'은 나와 누나와 엄마를 뜻한다. 21쪽

이제 바하두르는 열 살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않겠지만, 독립할 나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바하두르가 여기에 온 것을 몰랐다. 아버지의 술에 찌든 눈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세상이 사라졌고, 그래서 아버지는 실체와 환상을 구분할 수조차 없었다. 66쪽

신들이시여, 불도저 보내지 마세요, 제발요, 제발요, 제발요. 78쪽

찬드니가 가출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혼자 어디로 도망가기에는 너무 어리고 작기 때문이다. 이 말은 우리 동네에 진짜로 유괴범이 있다는 뜻이고, 범인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를 구해줄 멘탈 같은 존재도 없다. 240쪽

"무서우면, 교차로의 여왕을 불러." 누나가 떠는 것을 보고 카비르가 말했다. "여자를 보호해준대."

"힌두인 정령이 왜 무슬림을 보호하냐." 카디파가 말하고는 동생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럼 너는? 너는 누가 보호해주는데?" 311쪽

전에도 이런 밤이 있었다. 바하두르가 사라졌던 밤도 이랬고, 옴비르와 안찰, 찬드니 그리고 카비르와 카디파가 사자렸던 밤도 이랬다. 325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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