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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들 -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
이은의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평점 :
저자의 이름은 늘 첨예하게 대립되는 이슈에 등장한다.
피해자측 변호인. 그는 피해자를 대신해서 목소리를 낸다.
변호사가 된지 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니 본인이 피해자이던 시절부터 홀로 서 있던 시절까지 합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 책에는 수 많은 사건들이 등장한다. 법조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실명을 밝히지 못한 무수한 익명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가해자였다가 시스템의 지지자 혹은 가해자의 방조자이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당사자일 수도 있는 수많은 사람들.
사건들 아래 가려진 그 얼굴들의 단면을 본다. 그는 그 얼굴들 안에서 무자비함을 봤다가 오랜 권력의 권위를 보았다가 숨으려 하는 가엾은 얼굴들을 보았다가 결국에는 타의에 의해 강해져야 하는 피해자의 얼굴을 본다.
이 책은 어쩌면 좌절의 역사이고 간간히 등장하는 승리의 서사시이다.
전쟁에 참가하는 저자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가 넘어졌다가 우연한 응원에 다시 일어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좌절의 강을 건너기를 반복한다.
책에 등장하든 등장하지 않은 현실의 벽을 마주한 그들에게 혼자가 아님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님을 되뇌인다.
그렇다. 세상은 천천히 하지만 확실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피해자가 도움을 청하지 못했다고 해서, 과연 우리가 피해자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법원만의 노력으로, 사법기관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사회가 함께, 범죄의 수단이 되는 폭력과 협박의 외연을 넓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89쪽
"세간에서는 '피해자의 진술만 있으면 믿어준다'라며 역차별을 운운하지만, 지금까지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형사처벌은 이렇듯 피해자들이 여러 편견과 난관을 이겨내고 용기내어 한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여러 증거를 객관적으로 해석한 결과물이다." 151쪽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