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그 남자. 남훈씨.
시작은 이렇다.
재기에 성공하게 해준 고마운 굴착기를 팔고 은퇴를 하려는데, 도무지 그의 맘에 드는 매수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매수인 심사라도 보려는 것일까. 퇴짜를 놓는 그의 심정은 알 수가 없다. 결국 늦깎이 청년에게 임대를 주는 걸로 해결. 그래도 젊은 사람이 나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봤다는 것(의외로 그가 금수저인 것은 함정;;)

이때까진 공사판에서 나름 자기 철학을 가진 깐깐한 아저씨 정도로 보였다.
그가 자서전을 쓰기로 하고 리스트를 하나하나 적어나가기 전까지는.

인생의 2막을 살았던 그가 은퇴 이후의 3막을 열어가기 위한 관문.
플라멩코라는 춤을 추기 시작한 것.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한 것.
그리고 자신의 큰딸 보연이를 찾아가보기로 한 것. 

의외성이 보여지는 것은 67세의 남훈씨와 43세 보연씨의 만남이었다. 
보연씨가 고등학생일때 만난 이후로 24년이 지났다. 작은 딸 선아씨의 현재 나이만큼의 세월.

보연씨와의 만남을 앞두고 당사자가 된 것처럼 긴장했다. 과연 그들의 만남은?
숨 죽이며 본 그들의 첫만남은 보연씨가 집으로 들어가버리면서 끝이 났다. 의외인 것은 보연씨가 이후 먼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추억의 음식. 돈까스. 그리고 지금의 직업. 사람을 대하는 것이 싫어서 선택한 것이 숫자였다고 한다.
아버지가 있었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결정의 순간들. 비로소 남훈씨는 자신이 딸에게 한 짓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한다. 
왜 이제 왔냐는 원망보다 이제 와서 다행이라는 보연씨의 말. 어른은 어쩌면 긴 시간동안 부재를 경험했던 보연씨가 아닐까. 

보연씨를 만나기까지 도움을 준 세 사람. 굴착기 임대인 늑깍이 총각(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거 아닌가요), 플라멩코 강사(무더운 여름 실외에서 견딜 수 있는 코어 힘을 길러 줌), 스페인어 선생님(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만남을 만든다. 스페인에 가서 아버지를 만난 경험을 들려 줌). 
세 사람을 초대한 남훈씨는 스페인 음식을 대접한다. 헤피엔딩인 듯 했던 그날의 식사는 둘째 딸 선아씨의 등장으로 애매해지는데... 스페인어 선생님의 정체...

큰딸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지금의 아내. 공무원을 은퇴한 이후 요양보호사가 된 이유를 읽다보면 부부임에도 서로에 대해 미처 알지 못한 것들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남훈씨는 아내의 지지를 받고 보연씨와의 만남을 이어간다.

스페인. 낯선 땅, 낯선 언어. 여기에서 남훈씨와 보연씨는 지난 세월 묵은 감정을 털어버린다. 아빠가 언제쯤 돌아봐줄까 남훈씨의 뒷모습만 보던 6살 아이 보연씨를 오랜 시간이 지나 남훈씨가 비로소 돌아봐 준 그 다음날. 

남훈씨는 마침내 플라멩코 춤을 춘다. 

자서전을 남기기 보다 매달 한 번은 큰딸 보연씨를 직접 만나기로 한 남훈씨는 짧은 기간 동안 성장한 듯 하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진정 새로운 만남을 만든 그. 그리고 그간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고 너무 많은 자유 앞에서 외로운 선택을 했던 보연씨 역시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다.

가족간의 화해. 직접 만나기 전엔 모른다. 쉽다고 생각하지 말자. 힘든게 당연하다. 상처받는 것도 감수하자. 그게 어른인 당신이 기꺼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남훈씨는 어른이었다.

남훈씨의 인간 극장. 은퇴 이후의 삶 그리고 다시 찾은 딸. -끝-

※ 이 책을 한 가정의 가장이었고 누군가의 아버지였던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플라멩코추는남자#허태연#다산책방#알라딘리뷰대회#혼불문학상수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