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읽으면서 떠올린 것은 정말 이상하게도 어릴적 이광수의 '사랑'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다.
나라에 대한 충성실과 일상생활에서의 근면성실을 강조했었던 그 책이 떠올랐던 이유는
아마도 각 작품이 쓰여졌던 시대상이 흡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광수의 친일에 대해서 옹호하는 입장은 전혀 아니다. 다만 그의 저작에서 받았던 느낌을 떠올린 것 뿐이다. <사랑>을 읽었을 때는 내가 중학생 때였다. 작가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상태로 그저 두꺼운 책을 서점에서 골랐을 뿐이었다. 그와 별개로 그는 읽는 사람에게 자의식을 고취시킬 정도의 역량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 열강들에 끼여있어 외교면이나 국방, 수출과 관련된 경제면에서 노련한 운영이 필요한 점. 일제에 침략과 지배를 당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민족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도 민족주의가 아니었을까.
반면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 <혁명>. 그런데 정작 혁명 이후 민중의 삶은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프랑스의 현실을 영국과 독일에 비교하는 부분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프랑스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역사가이자 민중과 함께 생활한 자로서 다양한 계층과 나눈 대화를 풀어낸다. 그에게 있어 <민중>이란 헌신과 희생을 보여 준 고귀한 사람들이다. 계몽의 대상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이 점에서 이광수가 본 민초들과 다르다.
농부가 보여주는 절제의 미덕과 노동의 의미를 강조한다. 프랑스 혁명이 단지 국가 내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이 아니라 인류 전체에 대한 의미를 가졌다고 본다. 조국애를 바탕으로 그 안의 민중이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를 설파한다.
지식인의 역할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프랑스 사람이 아닌데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정치인의 유세연설과 같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문장력이 받쳐주니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정치인이 읽어만 주어도 큰 울림을 줄 것 같다. 세련된 '국뽕'의 느낌이 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쓴 글이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말하기엔 그 삶은 증명 과정에 있으니까. 이미 겪어 본 자의 시각에서.
이 책의 리뷰를 적는 것은 지금의 나에게는 버거운 일인 것 같다. 교유서가에서 이 책을 같이 읽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원했는데, 매일 일정분량을 읽어 완독한 후 옮긴이 조한욱 교수님과 함께 온라인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아마도 오늘 쓴 글과 '같이 읽기'를 마친 후에 쓰는 글은 다를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