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이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읽고나서 작가가 2011년에 창비문학상을 수상한 <컴백홈>을 구매했다.
사실 이 소설집에 실린 첫 작품인 <매듭>을 읽을 때만 해도 지나치게 자학적인 이야기가 여겨져서 작가에 대한 반감이 일었었다.
산악행을 즐길 정도로 건강했던 남자의 추락사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와 헤어지지 않겠다는 여자. 여기서 시작된 끊임없는 갈등. 매듭이라는 장치. 끝내 묶지 못하는 매듭을 놓지 않는 남자. 그가 매듭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아는 듯한 여자. 그리고 생에 대한 조롱.
이런 이야기는 사실 너무 지치잖아. 힘들지만 읽어나갈 수 밖에 없는 아찔한 감정선.
'그후로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남자를 동정하였다가 원망하였다가 제 삶도 갈아먹는 여자의 이야기.
두번째 작품 <홈>을 읽을 때는 장르의 다양성을 경험하게 됐다.
같은 작가가 쓴 게 맞나 싶을 정도. 애완동물. 버려지지 않으려 애쓰는 두 사람이 등장.
한 명은 여자에게, 한 명은 같은 공간에 있다가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 버린 처음의 한 명에게.
길들여졌지만 쌍방통행이 아닌 일방적인 관심을 갈구하는 관계.
시작은 선택했지만 마지막은 선택할 수 없는 처음의 한 명.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이별을 선택한 다른 한 명.
<홈>이란 기거할 수 있을 곳인가, 마음을 붙일 수 있는 곳인가.
물질적인 공간인가 혹은 정서적인 개념인가.
세번째 작품 <어떤 이별>을 읽고 나서 문득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졌다.
작가의 인터뷰가 담긴 짤막한 기사를 보고,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고서 잠시 멍 해졌다.
<어떤 이별>은 상처를 후벼파는 글이다.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을까.
사적인 복수의 끝에 뭐가 남을까.에 대한 완벽한 답안이었다. 세 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각자 다른 의미의 지옥을 살아간다.
"나도 그냥 .... 살아가겠죠. 끊임없이 기억하고, 증오하고, 자책하며, 하지만 질기게."
나도 띄엄띄엄, 그러나 또박또박 대답했다. 105쪽
네번째 작품 <그들만의 식탁>은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컴백홈>에 실린 작가의 후기를 읽고 있자니 '음식'을 소재로 한 작품의 결과가 좋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음식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고? 누군가를 이어주고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누군가를 애증의 대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등장인물의 결이 매번 다른 것이 신기하다. 음식을 매개로 어머니의 남자들과 나의 관계를 그린다.
그러고보면 단편집의 제목들이 다 애사롭지가 않다.
아홉개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 중 2개의 작품은 2011년 이전에 쓰인 작품이고 나머지는 그 이후이다. 알고나니 묘하게 분위기가 다른 듯 하다. 전체 작품에 대한 느낌을 남기지 않는 이유는 이 책을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램에서이다.
작가는 말한다.
"소설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내가 '살고 싶다'는 건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매일매일 죽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소설만은 쓰고 싶었다. 나는 끝내 살아남았고, 영영 묻혀버릴 줄 알았던 소설들은 책으로 묶였다. 놀랍고 고마운 일이다." 304쪽
이런 사람이 쓴 글이란 어떤 글일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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