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전에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
처음 들었을 때는 의아했었다. 무관심의 반대말은 관심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데..
무관심이 사람을 사물처럼 대상화할 수 있다는데까지 생각이 이어지자 납득이 되었다.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대상화에 답이 있었다.
읽으면서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부분들이 많다. 생각을 이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사람을 사물화할 수 없는 사람이거나 혹은 지독히도 사건이나 사물처럼 대상화할 수 있는 사람이리라.
인문학의 힘에 대해 느낄 때는 역시 '사유의 결과물'을 대할 때이다. 이 책의 리뷰를 어떻게 적어야 하나. 고민해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은 무수히 그었던 줄들의 흔적들을 기록해두는 것 정도였다.
2. 밑줄 그었던 부분들
제1부 동국 벽에 비친 그림자들 - 대상화의 다양한 얼굴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로, 말하자면 물리적인 차원에 존재하는 신체와 영적인 차원을 초월하는 정신을 소유하고 있으며 내면적 깊이를 지닌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볼 때 악이 실현될 가능성은 상당 수준 증대된다. 이렇듯 타인을 주체가 아닌 사물로 바라보고 사물처럼 대하는 심리적인 과정이 바로 대상화이다. 24쪽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이 책은 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악에 대한 정의 - '자기보호라는 목적에 비추어볼 떼 불필요하고 다른 존재의 생명과 삶을 앗아기가 위해 의도적으로 저지르는 행위이며,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사회규범에 따라 결정되는 공공 이익의 목표(예를 들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행한 행위(예를 들어 수단)'
타인의 주체성을 오해하는 경향은 깊은 통찰을 지닌 이들이 오래전부터 인지해온 더욱 근본적인 문제, 즉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자신이 다른 존재들과 분리된 별개의 존재라고 인식하는 문제의 증상에 해당한다. 45쪽
대상화의 핵심에 자리한 타인에 대한 오해가 다양한 수준의 인지적 미성숙 혹은 도덕적 실패를 보여준다는 점도 중요하다. 46쪽
비인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상호연관된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작용한다. (1)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인간적 본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인, 즉 해당 개인이나 집단이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는 가정과 (2)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인간 이하의 존재라는 확신이다. 62쪽
제2부 인간이 처한 상황 - 한계와 가능성
합일의식을 경험하는 이들은 자신이 사실 이 셰계와 하나라는 인식을 갖게 되며, 이들의 정체성은 자기라는 비좁은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확장되어 존재의 다른 측면과 통합된다. 누가 되건 이렇게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리라는 말은 구태여 덧붙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103쪽
제3부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 대상화에 기여하는 기질적 요인
인간이 지닌 각각의 고유한 특성들은 - 사랑하고 창조하고 자존감을 느끼는 능력 등은 - 그것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 증오하고 파괴하고 자기혐오를 느끼는 감정을 -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120쪽
경계의 본질과 관련해서는 고려해보아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먼저 인간은 경계에 대한 인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두번째로 대립쌍 같은 것들이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세번째로 의사결정 행위가 일생에 걸쳐 경계를 긋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네번째로 아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하면서 경계를 긋는 과정-선별하고 분류하는 과정-을 통해 이전까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대립쌍이 생성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내용은 경계를 긋는 행위를 통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대립쌍이 생성되듯이, 대립쌍이 생성되면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긴장과 갈등이 초래될 수는 있다는 것이다.
대상화는 과도한 경계적 자아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이다. 129쪽
나르시시즘은 자기보존과 자기고양에 대한 욕구, 자신의 유일무이함과 특별함, 우월성, 분리성에 대한 인식과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177쪽
우리가 애착을 느끼는 사물이나 사람은 단지 존재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기에 사랑받거나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애착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애착은 일종의 조건을 설정하도록 부추김으로써 관계에서 진정한 친밀감을 얻지 못하게 방해하는 실질적인 장벽이 될 수도 있다. 188쪽
애착의 또다른 문제는 개인들로 하여금 성공이나 개인적인 발전을 더 많은 혹은 더 나은 무언가와 동일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부추긴다는 데 있다. 189쪽
우리는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자신을 압축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개별적 존재로서의 타당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나는 소유한다. 고로 존재한다. 내가 더 많이 소유할수록 나는 더한 존재가 된다." 202쪽
소유와 존재의 실존양식은 타인을 대상화하는 경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203쪽
제4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대상화에 기여하는 상황적 요인
개인주의에서는 개인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권리가 최고선으로 간주된다. 개인이 가진 이 같은 능력을 저해하는 힘은 무엇이 되었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악하다고 여겨진다. 253쪽
아히히만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결점 또한 존재한다. 이제는 진부해진 '악의 상투성'이라는 문구로 요약되는 아렌트의 비범한 분석은 광범한 차원의 악을 저지른 가해자들이 실은 괴물이 아니라 모두 인간이었음을 독선적인 대중이 직시하도록 한다는 중대한 목적을 달성햇다. 이는 악 그 자체와 악의 기원 - 보통의 인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내면 - 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이 실제 자료들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불충분하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했다. 263쪽
인격과 상황이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을 만들어낸다거나 인간의 행동이 항상 다양한 상황적 맥락 속에서 발생한다는 말이 어떤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은 환경으로부터 막대한 영향을 받는 존재일지라도 그러한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잠재력 또한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삶이라는 체스판 위에서 환경적 우연성에 의해 아무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물체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은 자신이 속하는 환경을 선택한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와 행동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 293쪽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결정짓는 요소들은 흔히 서로 충돌하면서 이 세상에 더욱 많은 악을 불러일으키고는 하지만, 개개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잠재적 영웅주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299쪽
제5부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 - 플라톤의 동굴 출구로 이어지는 길
깨달음을 해석하는 것보다 깨달은 자가 아직 깨닫지 못한 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어려움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313쪽
윤리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과정이 진행된다. 먼저 위대한 깨달음의 순간에 경험한 신비로운 소속감을 일상의 영역으로 옮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도덕적 처방이 제시된다. 이 처방은 상대방을 대할 때 마치 나와 상대방이 하나인 것처럼 인식해야 함을 상기시킨다. 315쪽
어느 시대든 현인들은 대상화라는 문제를 초월했다. 이들은 제한된 의식이라는 동굴에서 빠져나가는 다양한 길목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은 과거에 저지른 중대한 과오들을 반복하며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그 모든 과오는 동굴 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제 대상으로 착각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교훈을 넌지시 전해준다. 391쪽
3. 읽고 나서
현인들의 글들을 찾아서 읽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절대적인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유에서 행한 행동들의 반복. 사유 없는 기계적인 반복.
인간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알 것도 같지만 설명할 수 없다면, 당신이. 우리가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난 후 주관적인 느낌과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