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나무 서포터즈7기]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니콜 슈타우딩거)

새드엔딩은 취향이 아니라 -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ㅣ 삶과 이야기 3
니콜 슈타우딩거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4월

표지에 속았다.

그리고 제목에 속았다. 마냥 가볍기만한 책은 아니라는 것.

부제가 "서른둘, 나의 빌어먹을 유방암 이야기"

방심했다가(물론 저자 역시 본인이 암에 걸린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므로 저자보다는 못하겠지만..)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너무도 밝게 행동하는 그녀 대신 그녀를 안쓰러워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슈타우딩거 씨, 안됐지만 사진이 아주 확실하네요. 좋지 않습니다. 암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암이 좋아 보이네요. 경계가 확실해서 검사하기가 좋아요. 음영도 없고요. 림프도 아직 괜찮아 보이고요."

여기까지가 의사의 말.

축하합니다! 정말로 예쁜 암이네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암이지만 예쁜 암이다. 와우!

의사의 말을 듣고 있던 저자의 반응.

그녀는 본인이 암에 걸렸음을 이유로 옷을 사고 10% 할인을 받아낸다. 이런 긍정의 힘!!

그녀와 "카를 자식"(그녀가 암에게 붙여준 애칭)의 만남, 동행

서른둘의 나이에 전이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완치되기 어렵다는 암에 걸린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아이, 부모. 그들과 나눈 대화들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아마도 그들은 이 책을 읽을 때마다 그때의 감정(그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과 수술의 성공으로 인한 안도감 등등)을 기억해낼 것 같다.

그리고 "카를 자식"과의 이별.

표지 뒷면에 쓰인 "죽음은 거절한다. 오늘부터 죽기 사릭로 살기로 했다."라는 문구를 그녀는 실천해낸다.

어쩌면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힘이 실린 이유는 이 책이 삶에 대한 의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이 나타나면 산을 오르면 된다. 길이 평탄할 때는 여유 있게 걸으며 힘을 저축할 것이다. 중요한 건 현재뿐,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중요치 않다." 328쪽

사실 아픔을 겪는 사람 본인도 힘들지만, 힘든 이를 곁에서 보는 사람이 겪는 아픔도 있다.

그녀가 버텼기 때문에 그를 바라보는 이들도 살 수 있었다. 다행히도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그녀가 살아있음에 대한 증거이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