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각본집 - 용기를 내는 게 당연한 나이
임선애 지음 / 소시민워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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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 그럴 것 같다.

누군가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을 내보이기 위해서는 '뜸'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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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말하지 못하고, 태연을 가장하면서 꺼내는 효정의 말

"아무래도 간호사를 ... 경찰에 신고해야 될 거 같아요."

(머뭇)... 같이 ..가 줄 수 있죠...?

69세 여성. 고소인. 전배우자와 사별, 현재 동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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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세 남성, 피의자, 간호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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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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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접수하고 조사를 하려는 경찰의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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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토박이들. 소문이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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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때부터였을 것이다. 효정은 늘 가던 수영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말(아마도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하지는 않았을 말 "저 아줌만 언제부터 수영을 하셨길래 여태 몸매가 처녀 같으시대~" "그니까~남편한테 사랑 받겄네!)에도 움츠러든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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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젊고, 선한 인상의 이중호. 합의하에 관계를 한 것이라 부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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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나타난 동인(효정의 동거인)이 그에게 자백해달라고 한다. 그는 이중호의 치부를 알고 있다.

동거인인 효정의 일로 복잡한 그에게 아들이 이혼을 고백한다. 며느리를 찾아가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도망하듯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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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은 동인 앞에서 사라진다. 피붙이가 없다던 그에게는 딸이 있었고, 그 딸은 현재 소식이 닿지 않는다.

경찰은 '치매'를 의심하고 있고, 그리고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던 과거가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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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효정은 '치매'가 아닌 듯 하다. 그녀가 기억하던 사람은 실존 인물이었고, 뜻밖의 계기로 기억의 단편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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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기억이란 그런 것이다. 수면 밑에 가라앉아 있다가 어느순간 툭 튀어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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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님이 보시기엔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로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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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젊은 여자였으면 그 사람이 구속이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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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이 두려운 것일까. 그 이후의 손가락질이 두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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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무게는 어느새인가 한없이 가벼워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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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 반성한다. 용서를 구한다는 말의 의미 역시 "인정못한다, 오해다, 억울하지만 그런 걸로 하겠다"로 바뀐 것 같은 착시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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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정은 중호의 장인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았다. 고발장만을 잡지에 끼워두고 왔을 뿐,

중호의 장인이 고발장과 육아용품을 태우고 있는 시점에 중호는 효정의 멱살을 잡고 있다.

중호가 장인을 보았을 때 장인은 중호를 받아들이려 했을까? 딸을 위해? 궁금해진다. 이미 흘러버린 중호의 부인과 장모의 눈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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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효정은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딸을 보고 온 후 결연한 표정으로 고발장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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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언어의 의미가 달라진다. 자꾸 과거로 회귀하는 것만 같다.

각박해진다. 법적인 처벌이 능사가 아니건만 법정까지 가게 되면 오히려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다.

사실은 하나인데, 하나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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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남은 것은 예수정님의 눈빛이었다.

후련하지 않고 흐릿한 것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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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미덕은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특히 각본의 방향이 여러차례 수정되어가는 과정과 영화를 찍는 장면. 말하자면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하다는 것.

처음 각본이 수정되는 부분을 보다 각본을 보게 되니 더 눈에 들어온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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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인 느낌과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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