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롭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 든 생각이 딱! 은혜롭다!였다.
누군가 분명 이야기했을 법하다. 보기좋은 책이 읽기도 좋다고..;;
(속마음 - 고급진 양장과 커버를 본 순간 이 책 분명 내용도 좋을거야.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정성을 들여 책을 세 권이나 낼 의미가 없어...)
이번엔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로알드 달의 단편집을 무려 3권을 엮어서 냈다. 분명 들어본 이름인데, 그가 쓴 작품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곧 그가 쓴 작품이 '고전'임을 반증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과 여, 신분 등에 대해서는 '시대보정'이 필요하지만,
작가의 뚝심 있는 유머(? 혹은 해학이라 말하기도)를 따라가다 보면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고 육성으로 중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단편 중 '로제트 부인'은 조종사 3인이 신분을 사칭하고, 로제타 부인으로부터 14명의 여인을 해방(? 단 하루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해방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다소 무리이지만)하는 하룻밤 무용담인데, 조종사 3인의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는 그렇다 하더라도 로제타 부인이라는 인물 자체의 능력이 지나치게 과장된 나머지 얼굴 한번 보기도 전에 이미 조종사 3인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황당한 경험은 여러차례 반복되어 '아, 지금 내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면 이건 좀 부적절한듯 한데...'하면서, 계속 읽다보면 급기야 작가에 동화되어서인지 '뭐, 이런 정도는 ..'하고 과장된 상황과 사건들과 등장인물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병맛'인데 자꾸 찾게 되는 '맛'이다.
찰스 디킨스 소설을 읽고 등장인물들에게 시간을 두고 천천히 스며들었던 경험을 했다면,
로알드 달의 소설에는 '금사빠'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적지 않은 분량(무려 세 권)임에도 읽다보니 자꾸 작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출판사 리뷰 -
"로알드 달은 2차대전시 전투기 조종사로 겪은 전장의 경험을 담은 단편소설들"이라 한다. 역시나 모래알 씹는 식감 가득한 소설이었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느낌을 적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