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도제희 지음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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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에 꽂힐 때가 있다.

다른 이에게는 그저그런 영화나 책들 중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인생 영화 혹은 가까이 두는 책.

다른 이에게는 러닝타임이 길다 혹은 짧다, 지루하다 정도로 남아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몇 번씩 혹은 시간 날때마다 보곤 한다는 영화 혹은 책.

어떤 책이 한 사람의 삶 속에 들어오는 상황은 어떤 상황일까?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순간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작품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사람이 남기고 간 물건 중에 포함될 수도 있고, 그냥. 말 그대로 그냥 우연히 길가다가 눈에 들어온 작품일 수도 있다.

저자는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난데없이" 무려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가 들어왔다.

들어는 봤는가. '가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죄와 벌', '미성년', '백치', '스체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악령'.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 어떻게 '도스토옙스키'에 빠질 수가 있지?

(음... 작가님 성이 '도'시여서 그런건가? 그렇다면 일말의 가능성이....)

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읽다가 좌절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름일 것이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뿐더러 너무 어렵다. 이름을 읽다보면 한 사람을 부르는 명칭이 수 가지에 달하다 보니 정 붙이고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점은 이 책의 작가님도 인정하고 있음. 그럼에도 빠지다니 ㄷㄷ)

그래 일단 빠졌다치고, 작가님이 써내려간 글을 보니, 조금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백치>라는 작품에 꽂혔다. 이 책 찾아봐야지.

미쉬낀 백작. 잠시 백치였었던 적이 있었다는 점과 본인의 현재(가난)를 인정하는 인물이다.

특유의 솔직함으로 첫인상만을 보고 자신을 하대했던 사람들의 호감을 이끌어낸다.

그를 보고 "양준일'님을 떠올렸다고 하면 오버일까? 가히 '마성의 남자'라 할 만하다.

미쉬낀 백작이 하는 말을 가만히 머금어보면 그에게 실수를 한 듯한 기분이 들고 자세를 바로하고

사과의 말을 꺼내야 할 것만 같다.

슈가맨에서 그분의 말을 들었을 때 오는 감동과 비슷한 순간이 있는 듯.

등장인물들의 다소 엉뚱한 대사. 고전 특유의 오그라드는 대사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부디 이 책 읽어보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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