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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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구나.

- 그런데 난 오히려 그래서 좋았던 것 같아. 너는 무엇을 봐도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느끼잖아.

공부가 됐어.

- 하지만 그건 피곤한 일이잖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일 말이야.

- 글쎄, 왜 그럴까. 나도 날 모르겠어. 너는 가끔 사람들의 눈앞에서 문을 꽝꽝 소리 나게 닫아버리

잖아.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 사람들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말이야. 그럴 때마다 말하고 싶

었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좀 기다려줄 순 없는 거니? 모두가 애써서 살고 있잖아. 너와 똑같

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변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삶이 전부 다 잘못된 거야? 너는 그

사람들처럼, 나처럼 될까 봐 두려운 거지. 왜 걱정하는 거니, 너는 자유롭고, 우리처럼 되지 않을

텐데. 너는 너의 삶을 잘 살 거고 나는 너의 삶을 응원할 거고 우린 그저 다른 선택을 했을 뿐인데

. ..... 참 이상해.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관계가 끝났을 텐데, 이상하게 세연이 너한테는 모질게

대하지 못하겠더라. 이해하고 싶었어, 너의 그 단호함을. 너의 편협함까지도.

윤이형 작가님 책을 처음 읽었다.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여러 사람에게 회자되는 이름이었다.

작가님의 책을 읽기 전에 이름이 귀에 익길래 검색창에 입력했다.

절필선언.

이해는 갔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 않게 되었다.

기사로 접했을 때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에서 인용한 부분은 세연과 진경의 대화이다.

작가님은 본인을 누구에게 더 투영했을까? 세연이라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글을 써야 하고 혼자이기에 애를 쓸 수 밖에 없고 우정에 대한 책을 쓰면서 정작 친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자책하게 되는 세연이라는 인물을 만들어낸 작가라면.

세대를 나누어 기득권이 된 선배들과 끊임없이 고민하고 날을 세우는 20대 학생들과 어른들의 세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린이집 원생을 묘사하는 이 작품을 써낸 작가라면,

지금 절필선언을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모른 척 다시 돌아와줬으면 한다. 선택은 존중하지만 바램이니 그대로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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