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12가지 '도시적' 콘셉트 ㅣ 김진애의 도시 3부작 1
김진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사람이 들어오면 이야기가 된다.
첫째, 도시는 누구에게든 '나의 이야기'다.
둘째, 누구나 도시를 만드는 데 한 역할을 한다.
셋째, '복잡하고 어렵다'라는 생각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나 '그래서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말이 꼭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래서 이런 태도로 이 책을 쓴다.
"세속적인 허영심을 부추기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도시에 대한 의미와 느낌
그리고 자존감은 높이 띄우고 싶다."
- 강요하지 않는 서술이 좋다. 더 많은 논의를 하기 위한 생각을 제시한다.
1부는 3개의 콘셉트를 묶어 '모르는 사람들과 사는 공간'
콘셉트 1. 익명성
익명성에 대한 두가지 의문
과연 도시의 익명성을 없앨 수 있나?
익명성이 대세인 도시에서 사람들이 나름의 소속감, 보호감, 안정감을 희구하면서 그렇게 끼리끼리 살고 싶어 한다면 그 성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
- 익명성이 도시의 본질이다. 이 책은 여러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지만 각 내용이 전혀 무관개한 것은 아니고 지나간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콘셉트 2. 권력과 권위
청와대, 국회, 청사들
이런 건물들의 외관과 내부에 대한 평가는 처음 접해본 것 같다.
권위에 대해 한동안 생각을 했더랬다. 당연히 부여되는 것인가, 혹은 아래로부터 존중을 받다보면 그것이 권위가 되는 것인가?
어렸을 때는 별 의심이 없었기에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지위를 동일시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권위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가끔은 생각해본다.
'벌거벗은 임금님' 우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국회 내부의 모습을 보며 실용성과 전시행정 그 둘을 모두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렇게 많은 권위들이 모여있는 곳.
콘셉트 3. 기억과 기록
보존, 보전, 복원, 재생
-비슷하지만 달리 쓰이는 개념. 최근 정치권에서 문제되었던 내용도 짤막하게 다룬다.
'사실이 역사로 남는 게 아니라 기록되는 것이 역사로 남는다.' 102쪽
기록이란 '권력'의 문제이자 '정체성'의 문제이고 또한 '자존감'의 문제이자 '명예'의 문제다. 102쪽
2부는 콘셉트 4부터 7까지 '감感이 동動하는 공간'으로
콘셉트 4. 알므로 예찬
정조가 매력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완벽한 인간이라기보다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인간'이라는 매력이 하나, '갈등과 트라우마를 안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뛰어넘는 대승적인 무엇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매력이 다른 하다.
사실 우리 모두 스케일과 환경과 시대가 다를 뿐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어 하지 않는가? 131쪽
예찬하려면 뭔가 그 이유에 대해 알고 하자는 것. 적어도 이유는 댈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콘셉트 5. 대비로 통찰
좋은 것을 발견하면 기뻐지고 그 좋음을 공유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143쪽
콘텍스트란 문맥, 맥락이다. 146쪽
아무리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아무리 모자람이 많이 보이더라도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도시를 제일 좋은 도시로 여기는 마음가짐이 생기는 것, 이것이 해외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진정한 배움 아닐까? 떠나서, 완전히 모르는 세계에 자신을 맡겨볼 때 배움의 눈을 뜰 수 있고, 그 배움으로 내가 처한 환경에 대해 냉철한 눈과 따뜻한 가슴을 작동시킬 수 있다. 통찰의 힘이다. 158쪽
- 여행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지만, 좋은 것을 보면 공유하고 싶고 가져오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콘셉트 6. 스토리텔링
순간적인 장면 하나에도 감동이 밀려들지만 공간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전후좌우 관계가 생기면서 상승과 고조와 클라이맥스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후 관계가 생기면 시간의 힘이 작동하며 깊이가 생기고, 좌우 관계가 만들어지면 맥락이 생기고 폭이 넓어진다. 164쪽
도시에 처음부터 스토리를 넣으려는 의도는 어리석다. 다만 의도하지 않게 수많은 스토리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도시란 분명히 있다. 179쪽
통영과 강화. 두 도시에 얽힌 작가님의 인연이 등장한다.
콘셉트 7. 코딩과 디코딩
사람이 만드는 모든 공간과 물체에는 그 어떤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심리적 함의가 들어 있다. '차이, 차별, 구분, 분리, 소외, 안전, 배려, 친절, 불친절, 편견, 인정, 부정, 초대, 거부 등'의 메시지가 녹아 있는 것이다.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특정한 함의를 코딩하는가 하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함의를 디코딩하면서 공간을 쓰기 마련이다. 190쪽
- 라디오에서 '화장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던 경험을 소개한다.
3부는 콘셉트8부터 10까지 '머니 게임의 공간'
콘셉트 8. 욕망과 탐욕
우리 모두가 비판하면서도 또 누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주제가 있다. 바로 '물욕物慾'이다. 209쪽
욕망이 나쁘기만 한가? 어디까지가 건강한 욕망이며 어디부터가 잘못된 탐욕인가? 욕망이 불가피하다면 도시란 얼마나 많은 이들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탐욕이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이 크다면 사회는 어느 정도로 또 어떤 방식으로 탐욕을 제어할 수 있는가? 과연 도시에 그런 능력이 있는가? 210쪽
단지 공화국, 아파트가 아니라 단지가 문제다 215쪽
- 이 부분은 언론에서 자주 접했던 부분이다. 아이들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툭 터놓고 솔질하게 말을 할 수 있을까? 욕망이 무조건 나쁘지는 않지만 누군가가 배제되고 강요된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면.....
콘셉트 9. 부패에의 유혹
이 시대의 새로운 도시 대안인가 아니면 또 다른 먹거리를 만들려는 방편인가? 초고층은 과연 어떤 공간인가? 이 논의에는 도시 분야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도시 밀도에 대한 해석이 필수적으로 개입된다. 도시의 유한한 가용 토지자원을 어떻게 쓰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관한 논쟁이다. 이 시대 도시 정치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238쪽
바벨탑을 세우려는 욕망은 계속 되겠으나, 무엇을 위한 바벨탑인지는 끊임없이 의문해야 한다. 259쪽
초고층 빌딩. 누군가는 이득을 얻게 된다. 승자와 패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져야 할 때.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사람이 사는 공간이 곧 그가 되는 현실과의 접점 사이...
콘셉트 10. 이상해하는 능력
결국 다른 문화를 접하는 일은 자기 문화의 특이한 점, 이상한 점, 신기한 점을 새삼 발견하는 눈을 기르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261쪽
마지막 4부는 콘셉트 11, 12 '도시를 만드는 힘'
콘셉트 11. '돈'과 '표'
누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문제는 '누가'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주인이 모호한 시대'라 규정할 수 있다. 이 시대를 작동하는 근본적 동력이 '돈'과 '표'에서 나온다면, 돈과 표란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고 다수의 작은 욕망과 소수의 큰 탐욕이 얽혀 있다. 표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흔들리는 게 표심이다. 287쪽
- 선거철이 다가온다. 표심에 대한 작가님 의견에 동의한다.
콘셉트 12. 진화와 돌연변이
완벽히 새로운 미래를 펼치기 위해서 도시를 만드는 경우가 있을까? 상상 속에서는 가능하다. 294쪽
- 사람 사는 세상에 온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논의는 새로운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