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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다산북스 열독응원프로젝트 매3소. 대망의 마지막 소설.
이경 작가의 '소원을 말해줘'
이 책의 제목은 '소원을 말해줘'가 아니라 '롱롱'이었다고 합니다.
뱀. 롱롱은 일종의 신화적인 존재입니다. 용이 아닌 뱀을 택한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 표지에 쓰인 "한국 SF의 새로운 상상력"
신화. 그리고 신랄하게 풍자한 현실. 공포마케팅. 사람들의 믿음. 종교가 만들어진 근원. 제사장의 출현 등
신약과 임상실험.
읽다보면 두려워지고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는 허무해집니다. 허물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설명할 수 없는 재난이 일어날 때. 그에 대해 설명을 할 수 있다면 과학적인 근거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그것에 매달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사람에게 허물이 덮여진다면. 현재는 프로틴을 먹어야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데, 프로틴을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사람은?
롱롱이란 뱀이 있는데, 그 뱀이 허물을 벗으면 모든 사람의 허물이 벗겨진다면?
D구역이란 허구적 장소를 무대로 벌어지는 이야기. 뱀과 그를 지키려는 사람. 이용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사건 이면을 꿰뚫는 본질.
"헬스클럽 형 말이, 뱀을 당장 포획하지는 않을 거라던데요. 공포를 조장하면서 적당한 때를 노려 뱀을 없앨 거라던데."
"뱀을 없앤다고.....?"
"공포는 방역 센터가 시민을 통제하는 도구입니다. 허물을 퇴치하기 위해 세금을 걷고 수십 종의 프로틴을 출시해 점점 가격을 올리고 방역대를 도심에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습니다. 허물을 입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허물에 대한 공포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지배합니다. 전설 따위에 기대 당신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방역 센터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은, 말 그대로 언제까지나 개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개발을 멈춰도 안 되고, 개발에 성공해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 도시의 생산 동력은 시민들이 허물을 입고, 허물을 벗는 데서 나옵니다. 백신이 개발되면 이 도시는 생산 동력을 잃게 되는 겁니다."
이 도시에서 공포는 거짓을 진실로 뒤바꾸는 알리바이다. 공포가 실재하니가 거짓은 없다는 논리.
어쩌면, 공포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몰라.
뱀. 허물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거. 공포가 부풀려질수록 소망도 꼭 그만큼 부풀려지기 마련이야.
롱롱에게 바코드를 입히는 것. 바코드만큼 도시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가지는 건 없다.
"뱀은 언젠가 허물을 벗을 거야. 만일 뱀이 허물을 벗고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롱롱이 아니라면, 뱀은 어떻게 되는 거지?"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렇게 믿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뱀의 몫이 아니라 사람의 몫이다.
전설은 전하는 입마다 다르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다른 사람에게 전하기 때문이야. 믿음은 저절로 싹을 틔우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 스스로 택하는 게야.
뱀은 결국 원래 있던 장소. 아궁이로 돌아갔다. 그가 허물을 벗자 사람들의 허물도 벗겨지는 듯 하지만. 그 안에 새로운 허물의 흔적이 드러난다.
허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소설. '소원을 말해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