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물고기
이찬혁 지음 / 수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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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상깊었던 대목

"사람들은 긍정을 기다리고 원하면서 실상은 사소한 불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 부정적인 것만 쫒아다닌다고!"

134쪽

이 말들이 그가 받았을 상처에서 나온 말이 아니길 바래본다.

 

"내가 여기서 왔다고 하면 믿을 거야?"

해야가 나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니면, 여기."

해야는 나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그 손을 다시 나의 머리에 대었다. 그녀의 눈동자 안에 들어 있던 색깔들이 사라지고 그 위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가 너에게 왔으면, 선아? 그래서 만약 내가 사라져도 언젠가 다시 너에게 돌아간다면?"

141쪽

그가 찾고 있는 것(해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음악적 분신인 걸까? 혹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때 그가 하고자 했던 것?

 

"그럼 굳이 꽃을 잘라야 하나요? 조화라는 어이없는 명목으로 어린 꽃들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잖아요."

"어이없지 않아요. 정원이 생각하는 예술의 가치는 완벽한 조화에 있어요. 그러나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예요. 헬리크리섬처럼 특별한 자리에 핀 꽃들 대부분은 스스로 괴로워하다가 죽어요. 여기 있던 파란 꽃들은 하얀 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주위의 꽃들이 하얀 꽃을 얼마다 따돌리고 무시했을지 생각해봐요. 특별한 꽃들은 매일 괴로움에 몸부림쳐요. 자신도 자신의 색깔이 틀렸다고 생각하니까요. 특별한 꽃들은 아무리 물을 주어도 그렇게 서서히 고통 속에 말라 죽어요. 나의 역할은 그런 꽃이 아픔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작을 때, 태어나자마자 잘라주는 거예요." 148, 149쪽

- 그가 본 연예계의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다르게 태어났고 다르게 자랄 가능성을 잠재한 꽃들. 그 꽃들 중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숫자는 한정되어 있기에 애초부터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늦게 깨닫게 된다면 그 꽃이 불행해질까봐. 미리 앞당겨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일까?

 

2. 책을 읽고 나서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찬혁 군의 군입대 이후 기다렸던 음악을 이제 다시 듣게 됐다.

군 입대 기간 동안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고 사색할 수 있는 기간이 있어서였을까?

아직 어린 친구인데 다음 행보를 예측할 수가 없다.

 

군 제대일이 2019. 5. 29. 이후 4개월여가 지난 때 새 앨범과 이 책을 들고 나왔다.

가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일까? 아니면 노래의 가사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생각을 풀어나가기 위해 이 책을 냈을까?

 

소설을 써낸 가수가 처음인 것은 아니지만 악동뮤지션의 그 찬혁 군이 소설을 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런 기분 좋은 일은 언제나 환영이다.

 

이 책 역시 그의 음악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다.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본 듯 하다.

 

작가가 주인공의 대사를 빌려 하고자 하는 대신 한다고 볼 때, 작가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것 같다. 어릴 때 지상파 오디션을 통해 주목받고 인지도 있는 소속사에 몸담고 있으면서 일찍 어른의 세계에 편입되었다.

 

기다림도 배웠을 것이고, 음악을 통해 접한 대중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을 것이고, 한장 한장의 앨범이 더해지면서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답고 구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얻은 기회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듯 하다.

 

하지만 부디 바라건대, 그가 너무 과도한 책임감을 갖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이 책이 그가 내놓은 답이라면.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이 있음을 알았다는 것.

 

그 하나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다만, 그가. 악동뮤지션이라는 그룹이 앞으로 세상에 발표할 곡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조금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가지 바래본다면 5년 혹은 10년 후에라도 다시 책을 내어줬으면 한다.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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