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직지 2권 (김진명)

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자. 책 뒷면에 기재된 문구

한국이 디지털 강국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직지에서 한글, 반도체로 이어지는 지식혁명의 뿌리를 찾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경이로운 소설

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 것은 이 소설의 미덕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2권의 마지막에서 '기연'의 입을 통해 위 문구에 있는 내용을 전부 요약해버린 것 같아서

아쉬워졌습니다.

상징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는 중요한 사건이 아니라고 하여 흥미롭게 시작한 전개에 힘을 빼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세계최초 혹은 최고라는 타이틀의 중요성보다는 한글의 정신과 동행하는 것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작가님이 '기연'의 입을 빌려 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다만 장르소설로서의 재미가 반감된 것이 아쉽습니다.

살인사건의 경우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 궁금증 유발을 하였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의미를 생략해버렸는데 조금의 단서라도 주셨으면 좋지 않았을까. 결국 범인이 단죄를 받았으나 기자에 의해 실체가 파헤쳐질 정도라면 수사시관에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1권에 이어 읽은 2권은 조선시대 '은수'로부터 '구텐베르크'에게로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기술이 어떻게 전수되었는지에 대해 '기연'의 상상을 통해 전개해나가는 분량이 상당하여 굳이 이 책을 1권과 2권으로 나눈 이유에 대해 짐작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읽기 잘 했다!"는 것입니다.

읽기 전과 후는 생각해볼 거리를 건졌다는 점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들어 다시 생각해보는 주제 중에 '민족주의'가 있습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야기의 의미가 단지 '역사' 그 자체로만 남아있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에서 가치를 재평가받는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직지심경' 혹은 '직지'에 대한 평가. 단지 만들어진 연도를 외우는데 그치지 않고 만들어진 계기와 시대적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 역시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강의를 듣는 것처럼 느껴졌고, 때로운 어느 한 쪽 편에 서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거리를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책의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몰입도 있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간 작가님의 역량 덕분일 것입니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덕분에 인쇄술과 지식의 유통.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지 뒷면을 다시 보면서 "직지에서 한글, 반도체로 이어지는 지식혁명의 뿌리를 찾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경이로운 소설"이라는 문구를 음미하면서 이 글을 마침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