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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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서평단에 선정되어 살림출판사로부터 정성스런 메일과 함께 책을 수령했습니다.

좋은 책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많은 독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입소문을 통해 점점 독자들이 늘어난 케이스라고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좋은 책을 남보다 먼저 볼 수 있는 특권은 흔한 기회가 아니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가제본 형태로 받아서인지 글감 검색 후 표지를 보고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과 떠올렸던 이미지와 부합하는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어느샌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갑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없었던 건물이 두세달이면 새로 생기기도 하는 것을 보면 10년은 너무도 많은 세월인 듯 합니다.

이런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 책의 배경이 된 '습지'는 사라진지 오래이고, 자연의 보고로 부각된 후에는 이미 때가 늦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자연을 묘사한 부분은 충분히 서정적이고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자연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언젠가 방송에서 보았던 자연의 풍광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습지와 이를 둘러싼 자연은 배경으로서만이 아니라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책에서 확인하시기를 ㅎ)

등장인물을 보면

가족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였으나, 자연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소녀 카야('마시 걸'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지 못했지만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카야는 생물학의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어미가 새끼를 떠난 이유에 대한 답이 될 만한 설명을 찾아 헤맸다-164쪽

그에게 유사가족이 되어준 사람들(점핑과 메이블 부부 등, 법정에서 증인으로 나서서 카야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거나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회상장면을 읽다보면 카야라는 소녀에게 행한 알듯 알지 못했을 관심과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을 보게 됩니다. 가령, 잔돈에 대한 부분.).

글을 가르쳐주고 인생의 방향을 잡아 준 소년 테이트(그 또한 본인의 미래와 연인의 현재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갈라지지만 결국은 카야의 미래를 함께 하게 됩니다).

"카야, 넌 이제 글을 읽을 수 있어.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130쪽

호기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소녀와 소녀에게 흥미를 느끼지만 결국 상처를 준 체이스(그는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이고, 카야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준 사람, 그로 인해서 카야를 떠나 죽을 때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를 이해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니 아이러니 합니다.).

사려깊은 그림과 변화의 기록을 담은 책(자연에서 위로받고 자연을 통해서 인정받게 되고 결국 생애의 대부분을 습지에서 보내는 카야의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다시 찾아와 준 오빠 조디(그가 어머니의 소식을 카야에게 전해줍니다.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혈육이 마주하던 장면의 감동이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는 서술방식이 흥미로운데요.

현재를 서술하는 부분은 하나의 살인사건과 용의자를 특정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법정소설로서의 면모를 부각합니다. 백미가 된 재판에서의 변론과정은 '앵무새 죽이기'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에티커스 핀처' 변호사에 필적하는 변호인이 이 책에서도 등장합니다.

어떻게보면 비슷한 대립구도 같기도 하네요. 이번에는 인종이 아니라 문명인과 비문명인(마시 걸) 구도.

처음에는 소녀의 모험기였다가 가슴아픈 연애소설이었다가 법정물이었다가 더 시간이 흐른 뒤에 드러난 진실.

(더 자세히 쓰고 싶지만 생략합니다 ㅎ)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책을 덮고나면 여운이 남는 책입니다. 어쩌면 더 시간이 흐른 뒤 고전이 될 것도 같아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지금은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그곳.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말.

카야의 마지막이 테이트가 발견한 모습 그대로 편안했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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