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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부제가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이다. 느긋하게 차 한잔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지는 여성이 담긴 표지와 부제라니.
이책의 분위기를 알 것 같다.
이성이 할 법한 생각을 엮은 책을 볼 기회가 그리 흔치는 않은데,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 이후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구체적으로 1. 커리어, 2. 안티에이징, 3. 연애, 4. 독신, 5. 주거, 6. 건강, 7. 뒤늦은 성찰과 자아 찾기 등(목차는 제 개인적으로 바꿔봤습니다 ㅎ)인데,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조근조근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편하게 서술되어 있어 책장이 그야말로 술술 넘어간다.
개인적으로 중년 또는 노년의 삶을 떠올릴 때면 박범신 작가님이 쓰신 '은교' 중에 나오는
"나의 늙음이 나에 대한 형벌이 아니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에 대한 상이 아니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정확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대충 내용은 맞으리라. 그만큼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혹 틀렸다면 양해를...
어딘가에서 읽었는지 상세한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 구절도 떠오른다.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
사실 정말 어렸을 때는 나이에 대해 굳이 떠올리지 않았었다. 젊음이란 것이 당연히 주어진 것이라 생각해서인지 소중함에 대한 인식도 하지 못했었다.
요즘 40대에 대한 책이 많이 출간되는데, 딱 그즈음의 나이가 된 요즘의 나는 이전과 얼마나 다를까.
딱히 작년과 비교해볼 때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뭐, 내년이라고 얼마나 다를까.
39살의 나는 그럼에도 내가 또래에 비해 젊어보일까 늙어보일까는 신경쓰는 것 같다.
남자가 이럴진대 여성분들이 느끼는 중년 혹은 노년의 삶은 어떨까? 이 책은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든다.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어찌 된 이유에서인지 젊어보이려는 노력을 계속 하게 된다. 저자는 묻는다. 그런 노력이 누굴 위해 하는 것인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점이다.
내일이 되면 오늘보다 하루 더 나이가 든다.
주름이 생기고 피부가 처지며,
흰머리가 생기고 몸이 불편해진다.
이 잔혹한 사실만은
본인이 누구일지라도 절대 바꿀 수 없다.
-81쪽
보여지는 것에 많은 관심을 두는 사회이다보니 아무래도 늙는다는 것이 더 이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은데, 시대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보니 연륜이나 경험있는 어르신들이 과거에 비해 덜 대접받는 것 같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간다랄까. 이로 인한 상실감 역시 이전 세대와는 다르게 크게 다가오진 않을까..
간과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읽고보니 공감이 되었다.
아줌마라고 상처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이를 떠나 오롯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기를 원하는 것은 인간인 이상 당연하다. 그런 당연함을 왜 잊고 사는 것일까.
행복지수와 정신건강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고 유용한 정보를 얻어간다.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가장 높은 연령은 마흔네 살 정도라고(108쪽).. 음. 알았다고 해서 피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심 준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여성에 대해서는 무조건 젊을수록 좋다는 사고방식(미디어에 의해 알게 모르게 주입된)에 의해 강요당하는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중년 혹은 노년 여성이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것일지도. 이 부분 작가의 진단에 대해 공감하는 것도 있으나, 그래도 세상이 변한만큼 사람도 변하고 있다.
요즘은 '자기 삶'이라는 자의식이 강해지는 추세인 듯 하다. 김연자 선생님의 '아모르 파티'라는 노래가 유행하는 것처럼.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궁금증을 해소해나가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는 것이 고민상담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동일한 사례때문에 고민하는 독자라면 위안을 잔뜩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나이 듦의 그 찬란한 여정에
서 있는 당신.
당신의 인생은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212쪽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다른 의미로 따스함을 느꼈다.
아이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과 어른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을 교차하여 경험한 듯.
좋은 책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