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트루스 - 가짜 뉴스와 탈진실의 시대
리 매킨타이어 지음, 김재경 옮김, 정준희 해제 / 두리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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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기 전에

출판에도 유행이 있다. 비슷한 기획의 책들이 난무하고 책의 제목만 들어도 읽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경험.

다들 있을 것 같다.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법 등등.

스마트폰으로 모든 일상이 가능한 요즘을 살고 있는 이때, 가짜뉴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실제로 '포스트트루스'를 읽기 전까지 사실인냥 받아들였던 부분이 있어서 조금 놀랐고, 이후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이 책도 전에 읽었던 책들과 비슷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어느 순간 밑줄을 긋느라 책을 읽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구성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각 장을 시작하기 전에 '조지 오웰'의 격언으로 시작한다는 것('존 메이너드 케인스', 무려 '토마스 제퍼슨'이 한 말을 인용한다. 이 책의 제목이 '탈진실'임을 염두에 둔다면 '각주'의 중요성도 염두에 둘 것. '토마스 제퍼슨'이 살았던 시대와 할 법한 말을 생각하면서 조금 주의깊게 읽는다면 혼자만의 재미를 더 찾을 수 있을지도). '1984'에서 시대를 앞서간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작가의 말이라 이 책의 주제에 더 부합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종류의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은 무척 어렵다. 왜냐하면 밑줄을 그은 부분만을 옮겨도 상당한 분량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기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 책을 언젠가는 다시 찾아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 ㅎ

2. 리뷰를 빙자한 책 내용 발췌

제1장 탈진실이란 무엇인가?

거짓이 판치는 시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곧 혁명이다. 조지 오웰. 15쪽

'포스트 모더니즘'에 대해서 언급하는 대목을 듣고서야 아주 조금 감이 오기 시작했다.

'탈진실은 더욱 악랄한 형태로 나타나기도'하는데, '사람들이 자기기만과 망상에 빠져 진실이 아닌 말을 진심으로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경우'로 '극단적인 수준에 이르면, 사람들은 대중의 반응이 '실제로' 사실 여부를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사회의 리더가 혹은 사회의 다수가 기본적인 사실들마저 부정해버린다면 세계가 뒤흔들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 '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는 지나치게 높은 검증 기준을 들이대는 반면 자기 의견에 부합하는 사실은 덮어두고 맹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점에서 '탈진실'이란 '진실이 개인의 정치적 입장에 종속된다'는 입장이다.

실제 사실이 중요하지 않게 되버리는 현상 ㄷㄷ 아, 뭔가 끔찍한 것을 본 느낌이다.

제2장 탈진실을 이해하려면 과학부인주의를 보라.

사실이 바뀌면 저는 제 생각을 바꿉니다만,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하시는지요? - 존 메이너드 케인스 35쪽

기후변화 이슈, 진화론 등을 예로 들면서 비전문가들의 비판태도를 검증한다.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비판하는 비전문가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개방성'과 '공정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만의 이념적인 잣대를 객관적인 탐구 과정에 들이"민다.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서 정작 본인들에게 '그처럼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때마다 과학부인주의자들은 늘 흐지부지 대답을 회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이 작동하는 원리를 전혀 또는 거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진화를 '증명'할 수 없다는 사실(엄밀히 따지면 지구가 둥글다는 명제조자 증명할 수는 없다)이 과학의 심각한 결함이라고 착각하면서 대안 이론을 꺼내 들 준비를 한다.

어째서 나머지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실재한다는 사실은 물론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이슈에 합의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혼란을 겪는 것일까? 이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는 자들이 지난 20년 동안 거리낌 없이 의혹을 날조해왔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이 실제 증거보다는 어느 편에 속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면 '사실'은 '의견'보다 아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3장 탈진실의 뿌리에는 인지 편향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소망과 일치하는 미래만 내다보려고 하며 반기기 싫은 진실은 아무리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고 할지라도 외면하려고 한다. - 조지 오웰 57쪽

인간심리학의 핵심 전제는 인간이 심리적 불편함을 피하려고 애쓴다는 점이다.

사회심리학 역사상 유명한 세 가지 고전적 발견

1) 인지부조화 이론

인지부조화의 특성 가운데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주위에 동일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을수록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향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다.

2) 집단 동조 이론

3) 확증 편향 이론

그중 탈진실을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현상을 꼽아야 한다면 확증 편향의 뒤를 이어 밝혀진 두 가지 편향 현상을 떠올릴 수 있다. 바로 의도적 합리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역화효과'와 '더닝-크루거 효과'다.

'역화효과'와 '더닝-크루거 효과'는 처음 접하는 용어였다. 자세한 내용은 책의 내용을 통해 접하길 권한다.

정치적 신념이 아무리 확고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믿음에 반하는 증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결국 '티핑포인트(작은 요인들이 서서히 쌓이고 쌓이다 일순간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게 되는 분기점)'에 이르러 신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 정치적인 지형에 따른 인지왜곡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의 생각도 환경에 따라서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제4장 전통적인 미디어가 쇠퇴하다

저널리즘이란 다른 누군가가 활자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실을 활자화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 외에는 모두 선전 행위에 불과하다. - 조지 오웰 93쪽

어떤 메시지가 추종자들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그 메시지의 모든 유포자가 책임을 져야 할까? 아니면 사람들이 진실이 아닌 내용을 믿도록 의도적으로 속인 첫 번째 유포자만 책임을 져야 할까? 하지만 속이려는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럼에도 책임을 추종자들에게 돌리고 자신의 편향적인 태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 107쪽 밑에서 두번째 문단. 문제의식을 드러낸 좋은 질문이다. 이 챕터는 이 부분의 질문으로 대체 ㅎ

※정보 편향 : 기자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뉴스를 보도하는 방식이 전달해야 할 진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제5장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가짜 뉴스의 범람

인터넷에서 읽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토머스 제퍼슨 125쪽

결과적으로 정보의 양극화와 파편화를 부추기는 '뉴스 사일로' 문제가 대두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확인한다는 말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친구 삭제' 하듯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 출처를 무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131쪽 마지막 문단. 사실 좀 뜨끔하다. 모바일 네이버 화면에 노출되는 신문사를 특정 신문사로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자연히 구미에 맞는 기사만을 접하게 된다.

가짜 뉴스에 맞서 싸우려면

첫째, 시스템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해당 문제가 어떤 식으로 이용될 수 잇는지 이해하자. 159쪽

둘째, 비판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자. 161쪽

베들리가 아이들에게 전해준 가짜 뉴스 식별 방법

1. 저작권을 확인하라.

2. 여러 출처를 통해 확인하라.

3. 출처의 신뢰성을 평가하라(예컨대, 충분히 오래 인정받았는지 확인하라).

4. 정보의 게시 일자를 확인하라.

5. 주제에 대한 지은이의 전문성을 평가하라.

6.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일치하는가를 확인하라.

7. 현실성 있는 내용인지 의심하라. -163쪽

위 내용은 논문을 쓸 때도 유용할 듯 하다. 출처에 대한 조사를 하다보면 의외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풀릴 때가 많은 것 같다. 단. 비난과 비판은 구별되어야 함.

제6장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떻게 탈진실로 이어졌을까?

진보 진영의 사상은 대부분 불이 위험한 줄 모르고 불장난을 벌이는 사람들의 생각같다. - 조지 오웰 167쪽

철학자 마이클 린치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정의내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라고 말한다.

이것이 그리 놀랄 일이 아닌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표현은 바로 그 모호함 때문에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168쪽

- 이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는 것은 고백하건대,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로 '진실'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해석'만 존재한다면, 그리고 미국인 수백만 명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러한 관점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누가 굳이 애를 써가며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려고 할까? -192쪽

오로지 관점만 존재할 뿐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떤 사실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능할까? 주류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를 의심하거나 음모론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뉴스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치적 이념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면 뉴스를 지어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누가 제시하는 사실이 우위에 있어야 할까? 누구의 관점이 옳은 관점일까?

포스트모더니즘은 분명 탈진실의 후견인이나 마찬가지다.

- 198쪽. 좋은 질문이다.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주는..

제7장 탈진실에 맞서 싸우다

지금 우리는 명백한 사실을 거듭 외치는 것이 지성을 가진 사람의 첫 번째 의무인 절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조지 오웰 201쪽

어떤 주장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할지라도 아무도 믿지 않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쟁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그 말을 믿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6쪽

의조적 합리화나 인지 편향 같은 것들의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기는 하지만, 진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결국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210쪽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우리 속에 있는 탈진실적인 경향성을 물리치는 것이다. 진보주의자든 보수주의자든 우리 모두는 탈진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인지 편향을 타고난다. 따라서 탈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거나 다른 사람에게만 문제를 초래한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215쪽

새로운 화두 - 우리는 선진실 시대에 들어서고 있을까?

여기까지 읽고나면 무언가 잡힐 듯 잡히는 게 생긴다. 내 편이라는 이유로, 다른 편이라는 이유로 정보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다보면 눈 뜬 장님일 수도 있다.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노력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해제"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미국의 상황을 인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많다. 동시대를 살고 있고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사 청산의 문제로 인해 동일 세대간에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0년 혹은 70년이 지난 사건을 놓고도 입장이 다르다. 포스트트루스의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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