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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허영선 지음 / 마음의숲 / 2019년 4월
평점 :
음..... 글을 적어야 하는데 한글자 적기가 버겁다.
책이 담고 있는 수많은 사연들이 안타까워서이고, 내가 감히 책의 내용을 정확히 남길 수 있을까 저어되는 때문이도 하다.
실제 있었던 일을 다룬 글들은 그 자체의 힘이 있다. 새삼 인용하는 것이 쑥쓰러울 정도로 대중화된 말을 빌리자면 진실은 너무도 힘이 세 아무리 막으려 해도 언젠가는 세상에 드러난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71주기.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만큼 했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유독 이런 프레임을 씌워 보도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 거론되는 사건들이다.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진실규명"을 외쳐야 하는 사건들이다.
하나 둘. 생존자가 사라져가는 사건들이다.
누구하나 "내가 했소" 하고 나서지 않는 사건들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ing'인 사건들.
이 책은 제주 4.3을 말하면서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는 5.18.을 위로한다.
더 오래 아파왔고 지금도 아파하는 사람이 그보다 아픔의 시간이 덜한 사람에게 건네는 위로.
일흔 살 먹은 제주4.3 역시 진행형이다. 아직도 입을 닫은 대목이 있다.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그보다 훨씬 젊은 광주는 어찌 마를 것인가. 분명한 것은 이렇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이다. 그 정의의 시간이 서서히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누군가는 4. 16.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의 생존자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남긴 말.
말로 써내려가기 버거운 위로.
제주가 광주에게 건내는 위로가 그렇다.
음... 이 책은 이유를 찾지 않고. 그냥. 읽어봤으면 한다.
오랜 세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어른의 말을 마지막으로 끝 맺고자 한다.
"살암시민 살아진다"
살다보면 살아진다는 말이다. 그러고보니 이 말 어디서 들어본 듯 하다.
뮤지컬 서편제 중 눈을 잃은 송화가 서럽게 부르던 노래 가사. 살다보면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