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원점
다카노 에쓰코 지음, 전화윤 옮김 / 테오리아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1. 들어가기 전에

그 나이일 때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이 있다.

지나고나면 몇번이고 이불킥을 날리면서 '내가 왜 그랬을까'할 일들도 당시에는 죽을만큼 혹은

그 근접한 아픔이 있었고, 그만큼 진지하기도 했었다.

스무살 무렵의 나. 대학생이 되고 난 후 방향성을 상실했다. 더이상 입시생이 아니었고, 매달 보는 모의고사에 목을 매지 않게 되었으므로 자발적으로 책상에 앉아야 할 이유 역시 없었다.

교복을 벗으니 입을 옷에 대한 고민이 늘었고, 패션센스가 없다는 사실에 매번 좌절했다.

시간은 늘었으나 치열함이 사라진 시간은 깊이가 없었다.

시대상으로도 그랬던 것 같다. IMF 이후 김대중 정부 집권 3년차. 학생운동이 뭔가 동력을 상실한 채 점점 운동권과 비운동권 간의 간극이 생겨날 때(00학번의 경우 그 전 학번들과 달리 운동권이 하는 '운동'에 대한 인식이 점차 부정적으로 변해갔던 것 같다.)

그때 읽었던 책이 '상실의 시대'. 하필 그래서일까 고작 스무살 밖에 안되었는데 세상 다 산 것처럼 굴었다.

그러다 군대 가서 후회하고, 복학한 후 아저씨가 되었다 ㅎㅎㅎ

2. 읽고 나서

내 이야기는 이렇다할 추억거리 없이 끝이 났지만,

저자의 일상은 글로 남겨졌다. 추상적인 묘사로 끝이 나기도, 구체적인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적어가기도,

사건일 수도, 사람일 수도 있는 대상에 대해서.

삶에 대한 고민으로 점철된 기록이다.

뭔가 부조리한 상황이 존재하고 있을 때, 이를 맞닥뜨린 청춘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우리나라 486 운동권이 대학생일 무렵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체포자 375명, 과거에 이 정도로 많은 체포자가 나온 적이 있었나?

- 35쪽 위에서 두,세번째 줄

온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엔 시절이 하 수상하던 날들. 내면만 들여다보기엔 너무도 큰 사회적인

이슈가 생활에 온통 드리워져 있을 때.

일기란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써내려가는 자기 고백의 글이므로, 어쩌면 더 진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학을 읽고 자신을 투영하고 소설 속 인물을 부러워하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이불킥을 할 만한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를 압박하고 지배하는 것에 분노의 눈빛으로 부딪혀주겠어. 모든 것이 적이다.

- 45쪽 마지막 두 줄

일기의 마지막 날짜는 '6월 22일'이다. 이 날이 마지막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의 363쪽에 나와있다.

누군가의 일생 중 한면을 들여다 본 기분이라, 363쪽을 읽고 나면 힘이 빠진다.

두번째 스무살을 앞 둔 시점에서 스무살. 그 무렵을 돌아보게 만든 글들. 지금보다 무엇하나 더 가진 것이 없었던 그 날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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