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는 와이프 1~2 세트 - 전2권 - 양희승 대본집
양희승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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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상평

우리는 모두 그 누군가의 아는 '그 사람'입니다.
작가님의 한마디.

종영된 드라마 극본을 찬찬히 읽고 있는데, 지성 배우님과 한지민 배우님, 가현동 지점 근무 직원들 등 인물과 배경이 영상처럼 떠올라서 즐거웠습니다.

사실 본방사수 못 하고, 대본집 발간 소식에 반가워서 조금씩 찾아보고 있는데 대본집 읽다보니 드라마 보고 있는 듯 하네요. 2권까지 전부 읽었더니 영상으로 접하지 않았어도 배부른 느낌입니다.

배경이 된 2006년과 2018년. 극중 주혁보다 저는 2살 정도 많네요. 연령대가 비슷하다보니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아 옛생각도 해가면서 읽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이고 육아를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못난 남편이기에, 초반에 벌어지는 일들이 남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래도 해 볼만 한데, 까칠한 우리 아이 보고 집안 일 하고 하루종일 파김치가 되어 있는 와이프를 보면 언뜻 우진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어요 ㅎ

드라마 초반에 남편인 주혁의 모습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도 나왔던 것 같은데, 초반의 모습이 있었기에 극 후반부의 주혁의 심정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를 찾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면,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서 지금 이 사람에게 집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소중한 아이를 다른 누군가의 남편 혹은 아내가 될 기회하고 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Go백부부를 보고 판타지를 느꼈다면, 아는 와이프를 보고서는 뭔가 더 현실적인 부부의 모습을 본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3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 과거 회귀 전, 과거 회귀 후 다른 선택, 우진과 주혁의 동시 회귀 -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이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본인의 선택을 하는 것이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행복을 찾아 과거로 갖다가 자신으로 인해 우진과 혜진, 은행동료들에게 불행을 안겨준다고 자책하고 좌절하고 우진과 단절하려고 하는 주혁의 선택,
뭔가 모르게 끌리는 마음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주혁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직진하는 우진의 선택.

현실이라는 장벽은 그냥 넘을 순 없는 거니까요. 조건이 달라진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닌 거 같아요. 지금 이순간에도 서로 부딪히면서, 모난 부분 깎여가면서 혹은 깎아가면서 살아가는 모든 부부를 응원합니다.

인생의 동반자인 부부는 '서로 같은 곳을 보는 사람'이지만, 같은 곳을 보면서 정작 마주 보는 것을 잊어버리는 건 아닌지. 가끔 아니 자주 서로 마주 보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차주혁, 서우진 부부. 차은주, 오상식 부부, 윤종후 부부,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앞에 선 혜원과 현수. 그들에게 행복이 있기를

 

2. 인상깊은 구절

0은 곱셉에선 뭐가 붙든 다 0으로 만드는 절대 권력이잖아요. 근데 덧셈에선 아무 힘도 없잖아요. 0이 더하기를 사랑해서 그런 거거든요.
그래,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우진이 때문에 비루한 세상이 빛나 보이고, 우진이를 웃게 만들기 위해 기운 내 또 하루를 살아가던 시절...
그때 너는 울고 싶었구나 ..., 그때 너는 위로받고 싶었구나..., 그때 너는 ..., 사무치게 외로웠구나...
니가 괴물이 된 게 아니라 내가 널 괴물로 만든 거였어...
하나만 물어볼게요, 아저씨.
저 다시 그날로 돌아갈 수 있어요? 예?
어떻게 하면 그날로 가요?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어요? 네? 네?!

 

아닌 줄도 알고 안 되는 것도 아는데, 처음부터 내 마음대로 안 됐어요, 고장 난 것처럼.

 

진짜 이제... 그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없어? 다른 어떤 날로도?
어, 없어. 지나간 시간 돌아보는 거 이제 안 해. 앞만 보고 갈 거야...너랑.
(보며) 응, 그게 맞아. 우리 미래는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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