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2
이주현 소설, 박경수 극본 / 소네트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1. 들어가는 글

박경수 작가의 전작 '추적자'를 워낙 재밌게 본 터라 차기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대감을 안고 봤다.

전작보다 8부작이 늘어난 24부작. 매 회마다 하나의 완결된 구조를 가진 작품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대로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작품의 호흡도 상당히 길어서 한 회의 마지막과 다음 회의 처음 사이에 간격이 몇년이 훨쩍 지나있기도 하다. 그래서 몰아보는 것보다는 긴 호흡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드라마가 종영된지 몇 년 지났지만, 촌철살인의 대사가 생각이 나서 전자책을 구입했다. 종이책은 출간 즉시 구입했지만 고향 집 책장에 있는고로.

2. 인상깊은 구절

"잘못하긴요...하지만, 아버지가 판단하는 게 아니구. 이긴 놈이 판단하는 게 세상이에요."
"그래. 그라믄 태주야. 요번에는 아버지가 함 이기볼란다."

최민재는 최원재가 싫었다. 늘 한심했다. 하긴 그래서 최민재가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는지도 몰랐다. 만약에 최원재가 자기만큼 열정적이었다면, 아니 최서윤 만큼이라도 똑똑했다면 애당초 자신의 꿈은 지금보다 작았으리라. 꿈이라는 건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목표들을 나는 할 수 있다고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으로 포장하는 것이니까.

"사람을 만나면 어디 사는지 물어보지? 그게 동네가 궁금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강남 사는 애들은 대답할 때 눈빛이 달라. 근데 얄궂은 동네 사는 애들은 지 주소 말하는데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요. 주소가 계급이거든."


"미사일 단추 신드롬이란 말이 있습니다. 화려한 미사일 발사실에 앉아서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단추를 누르는 군인한텐, 사람을 죽인다는 의식이 없죠. 그 미사일로 사람들이 죽고, 다쳐도, 자기는 단추만 눌렀을 뿐이라고. 당신도 그랬겠지. 상가를 철거하라는 전화만 했을 뿐이라고."

"당신하고 나, 같은 도박판에 앉아 있습니다. 이기고 싶으면 레이스를 하세요. 난요. 뻥카에는 한성제철 인수! 다이 안 합니다. 최서윤씨. 당신한테 있는 건, 나한테도 있습니다. 돈도 있고, 꿈도 있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판돈 좀 많은 거. 아, 그건 좀 부럽네요."

"성진그룹. 대단하네요. 하지만 이건 알아둡시다. 최서윤. 당신은 이 집 안방에서 태어나서 거실을 지나서 여기 서재까지 왔지만, 나 장태주는 신림동 판잣집에서 태어나서 여기 서재에서 당신하고 마주앉았습니다. 쉽지 않을 겁니다. 조심하세요."


3. 더 이상 없을 것 같은 신화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이 두렵지 않은 장태주는 끝을 모르는 높이로 올라간다. 찰라의 순간이 지나면 황금의 제국의 주인이 될 것만 같았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던 이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순간. 거짓말 처럼 날개가 꺾이고 만다. 날개를 잃은 그에게 남은 것은 예정된 추락 뿐.

마냥 정의롭지만은 않았던 장태주를 응원할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졌던 절박함과 판에 뛰어들때 그가 잃었던 것을 연민의 감정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처음부터 가졌던 사람들과는 다르다. 아버지를 죽인 자들과는 다르다'는 신념이 절박한 순간 자신이 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다행스럽게도 그는 내려놓을 줄 알았다.

남이 아닌 자신이 결정한다는 신념대로 마지막도 그 답게 끝을 낸다.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신화는 그렇게 미완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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