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평점 :
1. 배우지 못해서 생소할 수 밖에 없는 결혼과 육아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많은 것들 중에 "결혼"과 "육아"가 있다.
일종의 번외편으로 취급되었던 위 두 단어는 아이가 있는 기혼남녀인생에서 70%. 못해도 600% 이상 차지한다.
둘이 만나서 셋 혹은 그 이상이 되는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미리 알려주었다면 그 무수한 시행착오는 격지 않았을텐데.
결혼5년차. 육아 3년차.
공감가는 것 투성이였고, 저자가 하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조금은 알 듯 했고, 그래서 미래가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2. 결혼과 육아, 생활의 변화
결혼은 혹은 혼인생활은 단순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이 사는 것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살 집과 생활방식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이고, 각자 홀로 살아온 시간만큼 옷을 개는 방식이나 빨래를 널어놓는 방식 같은 사소한 것부터 차이를 발견하면서 효율적인 것을 찾았다가 나중에는 결국 그 혹은 그녀 만의 방식이 있고 서로 터치를 하지 않는 선에서 타협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서로를 인정하는 과정은 지난하지만, 필요하고 그래서 치열하다.
살 집 - 다 갖춰서 결혼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으나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순전히 자력으로 마련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게 되면 이후에는 부부만의 공간이 아니라 부모님의 지분이 있는 공유관계가 되버린다.
육아로 들어가면 여성의 경우 직장과 육아를 놓고 저울질하게 되고, 남에게 맡기지 않고 부모가 육아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상식에 근거하여 경력단절녀가 된다.
여성의 경우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고,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미혼일 때 감당해야 했던 것보다 부담이 훨씬 늘어남에도 모든을 다 잘해야만 어느정도 인정을 받는 정도를 유지할 수 있으나(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
남자의 경우 삶의 변화는 거의 없는 듯 하다.
- 오빠가 결혼해서 무엇을 포기한 것이냐, 생활이 달라진거 있느냐는 와이프의 질문에 곰곰히 생각해 본 결과 내 삶의 경우 특별히 포기하거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남자의 경우 취미생활과 사적인 모임(대인관계)을 포기한다고 하나, 나는 원체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데다, 취미가 독서라서 틈을 내서 할 수 있는 상태;;
여성의 이러한 삶에 대해서 최근 사회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 TVN 아는 와이프 등등.
아내는 또래에 비해 까칠한 아이를 돌보느라 주말에 가끔 가던 과외도 접었다. 대기번호를 받아 오랜 기간을 기다려 겨우 보낸 어린이집은 아이가 중이염을 앓는 바람에 면역력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내후년까지는 보낼 예정이 없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다보니,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고 해주고 싶은 것도 많아진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누가 살 것인지 궁금하다 싶은 고가의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의 모습을 직접 본 이후, 아이에게 성능이 좋은 유모차를 태워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들었다.
당장은 육아용품이지만, 사교육에 대한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면 저축을 하지 못하는 때가 올 것 같아 겁이 난다.
3. "내 아이는", "내 아이만은"의 신화
어릴 때부터 공부를 하면 출세할 수 있다는 부모세대의 뿌리깊은 신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자랐다. 실제로 공부를 해서 관련 학과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니 공부 덕을 보긴 했다.
그러나 내 자식도 나와 같은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진다. 노력을 하더라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은 분명히 온다. 이것을 인정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세대도 고학력 세대라 전환의 시기를 놓치고 방황하는 이들이 많았는데, 우리 아이때는 더 심할 것도 같다.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는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 부족에서 찾고, 결국 실패한 개인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작용한다.
부모가 무심코 했던 말이나 학급의 교훈으로 적혀 있는 문구가 자녀와 학생에게로 이어진다.
그러나 노력해도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비난할 이유도 없다. 가해자가 될 자격도 없다. 공정이 화두인 세상에서는 이유 없는 비난과 이유없이 패배자로 낙인찍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노력하면 달라질 수 있다. 노력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신념은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질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4. 미세하게나마 변화는 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 같으나, 하루아침에 변하기도 한다.
우연한 계기에 의해 공론화가 되면 집단지성이 힘을 발휘할지도 모른다.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니게 되었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도 된다는 인식이 이유야 어찌되었건 대중화되어 있는 듯 하다.
육아 역시 부부에게만 부담을 지우는 것보다 복지를 늘려서 보충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 시행착오가 많았던 분야가 결혼과 육아 분야 일 듯 하다. 결국 엄마가 전부 감당해야 한다고 엄마는 슈퍼우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어설픈 육아서적보다,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같이 해결해보자는 이 책이 주는 위안이 더 큰 것 같다.
이 글을 적는 것은 책을 완독한 후 1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미리보기로 한번 적었는데, 한달 정도 지나면 다시 읽고 글을 올려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