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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물에 비친 그림자의 기억
찰스 디킨스 지음, 김희정 옮김 / B612 / 2017년 11월
평점 :
'올리버 트위스트'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여행 에세이이다. 저자가 사회 비판에 관한 책을 많이 썼기에 혹시 여행지에서도 그곳의 사회를 지켜보며 비판하지 않았을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서두에서 직접 밝힌 것과 같이 이탈리아에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감상을 물에 비친 그림자의 기억이라 표현하며 이해하기 쉽게 써놓은 글이다. 또한 장차 그곳에 방문하게 될 사람들이 그의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비교하면 좋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화제가 되었던 사진이 떠올랐다. 과거 사진을 들고 현재 시점에서 구도를 맞춰 찍은 사진이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사진 대신 책을 들고 보는 것 같았다. 1800년대의 이탈리아의 거리와 건물과 사람들을 묘사하기 때문에 만약 이탈리아에 가서 이 책에서 나온 장소와 같은 곳에 서게 된다면 과거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을 것이다.
에세이답게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도깨비 노파나 딸기코 신사, 사형수 등 여행을 하며 만난 특이한 사람들이 나오고 어떤 때에는 꿈을 꾼 이야기도 나온다. 또한 솔직한 에세이이다. 제노바, 로마, 나폴리, 폼페이 등 여러 곳을 다니는데 여관의 소음과 많은 벌레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 최후의 만찬을 봤는데 부식되고 손상되고 여러 번 수정을 하여 실망스럽고 피사의 사탑은 생각보다 작아서 실망스럽다고 이야기한다. 다양한 경험도 나온다. 사육제에 참여하기도 하고, 사형집행을 보기도 하고, 손으로 대화하는 나폴리의 문화를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저자가 로마를 보며 '영원한 도시'라고 여겼던 도시가 런던과 같았다고 느끼는 충격과 그 속에서 찾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폼페이를 보며 고대의 흔적이라는 경이로움과 화산의 힘에서 달아날 수 없다는 가혹한 증거를 본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한 대로 나도 이탈리아에 간다면 이곳들을 여행하며 느끼게 되는 감상이 저자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한 문장이 한 문단이 될 정도로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탈리아를 묘사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름답고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날 오후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구워지고 있는 도시와 아비뇽의 끊어진 다리가 우리 눈앞에 펼쳐졌다. 햇살은 그렇게 수백 년 동안 도시를 구워왔지만, 톱니 모양의 총안을 갖출 성벽은 덜 익은 파이 껍질처럼 언제까지고 갈색으로 익지 않으리라.(p.32)'
와 같은 표현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이 사진 한 장 없는 여행 에세이지만 사진이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당시 이탈리아의 사람들, 도시, 환경을 상상하며 읽는 것이 이 책을 읽는 하나의 묘미이다. 때문에 사진을 곁들인 여행 에세이가 넘쳐나는 요즘 시대에 사진은 없지만 대문호의 여행은 어떠했는지 색다른 여행을 간접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이 읽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