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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경험
보도 키르히호프 지음, 서윤정 옮김 / 붉은삼나무 / 2017년 9월
평점 :
읽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만연체라 하여 한 문장이 굉장히 길었고 대화도 따옴표나 다른 기호로-약간의 글자 크기 변화는 있었다.-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때문에 이 책에 적응하기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왜 이 책이 2016 독일 올해의 상을 수상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깊은 의미를 담은 책이다.
과거 모자 상점의 대표였고 죽은 딸에 관한 무제의 책을 쓴 레오니 팜이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을 하다 시골로 내려온 라이터의 집에 찾아간다. 이들은 갑작스럽고 무계획적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처음에는 아헨제로 그러나 결국은 시칠리아로 향해 떠난다. 가는 도중 대화가 통하지 않는 소녀를 만나 데리고 다니지만 소녀가 도망치며 레오니 팜과 라이터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만 완전히 관계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레오니 팜의 변화이다. 차를 타고 이동하며 라이터에게 '우리 어디에요?'라는 말을 네 번, 다섯 번 묻는다. 그러나 책이 끝나갈 때는 '우리 어디로 갈지 알았어요', '네. 우리 이 길로 가요'라며 묻는 내용의 뚜렷한 변화를 볼 수 있다. 처음 레오니 팜이 라이터에게 운전하는 동안 자신이 쓴 무제의 책을 읽어달라며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이었지만 스스로 책의 이름을 붙이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스스로 정하게 된 것 같다.
둘째, 여기 등장하는 소녀는 라이터와 레오니 팜을 연결해준다. 소녀가 있음으로써 이 책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본 순간에 서로에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소녀가 사라지자 이들의 관계도 순식간에 깨지며 길이 엇갈린다. 그러나 이제는 소녀가 없더라도 처음 만났을 때 주었던 라이터의 재킷을 통해 아직 그들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았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셋째, 라이터의 상처는 그의 슬픔이다. 처음 소녀를 만나 음료수 캔을 따주면서 라이터는 상처를 입는다. 피도 거의 나지 않고 자국만 남은 심각하지 않은 상처였다. 이는 과거 라이터가 연인과의 낙태 문제로 가지고 있던 사랑의 상처인 것 같았다. 그러나 소녀를 잃어버리면서 레오니 팜도 떠나고 입은 상처는 출혈량이 상당하고 꿰매야 할 정도였고 운전을 겨우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만큼 짧은 시간이었지만 레오니 팜에 대한 마음이 크며 그에 대한 상실감이 크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 같다.
독일에 내부적인 상황은 잘 모르지만 독일 올해의 책 선정 이유를 보면 '개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실존적 문제를 탁월하게 한데 엮어 냈고 독자에게 열어 높은 여러 가지 내용을 담은 텍스트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에서만 바라보았지만 독일의 상황, 나아가 여러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때문에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읽어도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