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6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윤인숙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에 일가견이 있는 두 저자가 수필 형식으로 죽음에 대해 해부한 글이다. 유명 철학자의 이론을 인용하여 영혼, 정신, 존재에 관해 해석한 내용이 반이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한 내용이 반이다. 사실상 후자는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았는데 유물론과 유심론의 비교는 볼만했다.
 첫번째는 프로이트의 이론부터 시작한다. 무의식이란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고 심리학의 범주를 뇌과학으로 옮겼던 사람인데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죽음을 해석하자면 우리는 살고자 하는 본능(에로스적 본능)과 죽음을 향함(타나토스)을 동시에 갖고 있으므로 죽는 것이 그리 슬픈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대학 교양 과목 시간 때 배웠지만 음식을 먹음으로써 삶을 유지해나가지만 음식을 씹는 것은 파괴이므로 타나토스적 본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두운 작품에 대한 취향도 일종의 타나토스적 본능이다.
 두번째로는 한 때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융의 이론에 대한 설명이다. 융은 프로이트의 다르게 유심론자이면서 신비주의자인데 사람은 누구나 태초부터 원형(archetype)을 지니고 있고 그 원형은 신화와 민담에 나타난다. 사람이 신화로부터 멀어진 삶을 살 때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고 하는데 좀 수긍이 안 가기도 하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고(기계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융 역시 죽음에 대해 크게 부정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 왜냐하면 죽음이란 우리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시간이고 물질 문명에서 자유로운 영혼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는가.
 염세주의 철학자로 유명한 쇼펜하우어는 '삶이란 죽어가는 과정'이라는 색다른 궤변을 제시한다. 태어나는 날은 죽음의 마지막 날이며(정말 따지고보면 그 말이 맞다) 우리는 죽기 위해 산다고 한다. 쇼펜하우어 역시 칸트의 후예라 그런지 몰라도 우리가 태어나는 것은 본질에서 떨어지는 것과도 같으며 그 순간부터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삶이란 고통의 연속인데 죽음이란 고통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므로 반길 일이라고 한다. 聖人이 아닌이상 고통을 일부러 체험하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고통은 인생의 진실함을 제공하는 진솔한 경험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말하였다.
 현대 철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죽음은 먼 얘기같지만 지금은 죽음과 늘 함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과거, 현재, 미래는 이차원적인 개념이 아닌 언제나 삼각형 구도로 놓여있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뛰어나야만 수긍이 가는 주장이지만 실존주의 철학자인 그에게 있어서 존재와 시간은 항상 붙어다녀야만 하는 개념이다.

 2장 플라톤 철학을 소개하고나서 삶에 대해 쓴 글은 재미도 없었고(나만 그랬나?) 그다지 의미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유심론과 유물론의 대결, 자살에 대한 철학자들의 견해는 읽을만하였다. 철학이란 학문 자체가 추상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졌기에 유심론은 유물론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며 이 책에서도 유물론은 편협하다고 비판한다. 영혼 자체를 부정하고 정신을 오직 뇌의 작동결과라고만 하는 유물론적 사고방식에서 죽음에 대해 해석할 게 뭐 있는가. 저자들이 유물론이 맞다고 한다면 이 책이 나올 이유도 없겠지만.
 자살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는데 카뮈는 자신의 삶에 책임을 못 지고 죽음을 택한 사람들은 매우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며, 칸트는 이성을 가진 사람에게 있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어거스틴은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에게 사랑을 베풀 줄 안다'라고 했으므로 자살은 사랑과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했으며 아퀴나스 역시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자살을 반대하였다. 하지만 흄은 자신이 사회에 도움되지 않거나 더 이상 나아질 게 없는 삶이라면 자살하는 편이 낫다는 패배주의적이고 다소 유물론적인 주장을 하였다.

 책이 어려워서일까 서평이 늦어졌는데 아무튼 '철학하는 김과장'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다. 번역서라 그런지 몰라도 쉽게 들어오는 문장은 아니었는데 좀 쓸데없는 부분도 많다고 느껴졌다. 철학에 대해 좀 아는 사람부터 읽기를 바라며, 특히나 유심론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처럼 생각된다. 그리고 생물학적인 죽음을 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면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