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aksim - A New World
막심 (Maksim) 연주 / 워너뮤직(팔로폰)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앞의 곡은 오페라에 쓰이는 등 스케일이 큰 곡들이 모였는데 중후반의 곡은 그렇지 않다. 클래식부터 영화음악, 이국적인 곡까지 있는데 다른 앨범이 대체로 성격이 고른 곡들끼리의 집합이었다면 이 앨범은 서로 다른 성격의 곡들이 많이 모여있다. 앞에서는 'New world concerto'로 웅장하게 시작하는데 비해 후반에는 차분하고 얌전한 분위기의 곡이 몰려있다.
'New world Concerto'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의 3악장을 피아노 협주곡 형식으로 편곡한 것이다. 피아노의 깔끔하고 자연스런 연주가 여러 현악기와 관악기의 장중한 협연으로 음악을 인도하고 있다. 규모가 큰 연주치곤 절제된 세기와 협연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표현하고 있다. 전자음보단 원곡의 악기에 장점을 부여한 곡이다.
유명한 예언가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Nostradamus'는 톤치 훌리치의 곡인데 앞의 곡과 분위기나 주제가 비슷하다. 기존의 세계와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 시대가 올 거라는 기대와 두려움을 고조되고 빠른 가락에 담아내었다.
'Dido's lament(디도의 탄식)'은 디도와 아이네이아스라는 오페라에 나오는 곡인데 전자음이 적절치 못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장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살리지 못했다. 'Tosca'도 비슷한 분위기의 곡으로 사랑, 음모, 배신 그 자체를 다룬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인데 심장을 찔러오는 슬픔을 고요히 받아들이는 진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내면에는 무너지는 듯한 비탄의 파도에 잠식당하는 감정을 묘사하고 있다.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는 주제가 없고 인간의 희노애락을 그대로 그린 고전 작품답게 이 곡도 슬픔을 고상하고 화려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2분째에 시작되는, 크레센도로 나가면서 가락이 점점 올라가는 부분은 슬픔이 심장을 억누를 만큼 고조되는 것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앞의 곡들에 비해 소박한 느낌이지만,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자아내어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Desert Skies'는 이미 포스팅한 바 있으니 긴 설명은 않겠다만은 이 음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13개 곡들 중 가장 인상주의(상황, 듣는 이의 기분이나 새악에 따라서 심상(image)을 강하게 주는 음악의 한 유파) 성격이 강한 곡으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사막의 하늘'이 떠오르는 곡이다. 사막을 여행하는 자의 이상과 고조된 감정을 점점 커지는 음악의 스케일이 잘 말해주고 있다.
'Intermezzo'와 'Somewhere in Time/The Old Woman'은 앞의 곡들과는 달리 평화롭고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곡으로 앞에서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에 충분한 곡들이다. 'Intermezzo'가 중반부터 활발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면 'Somewhere in Time/The Old Woman'은 처음부터 끝까지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가 만든 곡답게 옛 사랑의 추억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듣기에도 좋은 곡이다. 뒤에 나오는 'Still Waters'도 마찬가지.
'Ride of the Valkyries(발퀴레의 비행)'은 화려하고 웅장한 음악을 작곡하고 악극을 사랑했던 작곡가 바그너의 작품을 편곡한 곡인데 '왕벌의 비행'과 비슷한 곡이다. 다만 여러 악기가 사용되어서 웅장하고 군대에 어울렸던 원곡과는 달리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매우 빠른 템포의 피아노 연주다. 관악기 대신 전자음이 피아노 가락을 더욱 뒷받쳐주고 있는 점도 독특하다. 규칙적인 박자로 울리는 악기는 북소리 혹은 군대의 발자국 소리를 연상케 한다. 적군을 향해 용맹히 돌진하는 군대, 전쟁의 여신을 묘사하고 있다. 뒤에 삽입된 코러스도 일품인데 마치 신의 가호를 받는 군대를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는 막심의 현란한 속주에 귀를 기울일만 하다(필자는 이 '발퀴레의 행진'이란 곡을 매우 좋아해서 음반 사자마자 이 트랙을 먼저 재생하였다).
'Mojito'와 'The Flower Duet'은 이국적인 느낌의 곡이다. 둘 다 빠른 비트의 독특한 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듣고 있자면 칵테일 바(Mojito는 칵테일 이름이다)에서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이 떠오를 정도다. 아무튼 이 앨범에서 가장 튀는 곡이 아닐까 싶다. 피아노 연주와 이름모를 남아메리카의 악기가 무척 잘 어울리는 곡.
이번에는 'The Piano Player'나 다른 앨범에 비해 다소 절제된 곡이 많은게 특징이다. 규모는 크더라도 감정을 마구 쏟아내는 곡이 많지 않다. 본 앨범은 풍부한 사운드와 서정성이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