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 피아노 플레이어 [재발매]
쇼팽 (Frederic Chopin) 외 작곡, 막심 (Maksim) 연주 / 워너뮤직(팔로폰)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고전음악과 전자음악의 절묘한 조화, 현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홀리는 막심. 우리에겐 생소한 동유럽의 크로아티아라는 나라의 화려한 연주자이다. 그의 연주곡은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데 본 앨범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현대음악이 더 많다. 이 음반은 정말 베스트앨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명곡만 있다. 다소 허전하게 들릴수 있는 음악을 전자음과의 결합으로 긴장과 박력을 힘껏 넣어주었다.
 1번 트랙 '왕벌의 비행'은 비트가 빠르고 현란한 대표적인 곡이다. 본래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곡이지만 막심이 현대적 감각을 되살려 귀를 즐겁게 한다.

 2번 트랙 그리그 콘체르토 가단조는 1번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또 다른 빠른 곡으로 클래식이라기보단 테크노 음악에 가까울 정도로 인공미가 많이 가미되었다. 3번 트랙 Exodus(대탈출)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곡일 것이다. 옛날 MBC 주말의 명화 오프닝곡으로 항상 쓰였던 곡인데 60년대 영화 '영광의 탈출'의 ost로 쓰였던 곡이다. 유대 민족 탈출을 그린 영화를 위해 작곡된 곡 답게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가는 사람들의 애환과 한숨,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도입부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황량한 고원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를 넣었으며 초반의 반주가 끝나면 들려오는 북소리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묘사하는 것 같다. 자갈과 잡초만이 핀 황무지에 헤진 신발이 끊임없이 맞부딪치는 발자국소리, 먼지날리는 와중에도 희미하게 새 지평을 향해가는 눈들. 한 때 유고슬라비아 내전으로 '영광의 탈출'에 나오는 유대인들처럼 도망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막심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라고 한다.

 4번 트랙 'Claudine'은 빠르고 긴장감을 주는 앞의 3곡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인데, 처음 들었을 때는 느낌이 안 올수도 있지만 감미로운 분위기의 곡으로 유일하게 '사랑'에 맞는 곡이 아닐까 싶다. 작년 10월 내한때 나눠준 팸플릿에는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곡'이라고 나와있지만 나에겐 혼란 속에서 여인과 춤을 추며 현실도피를 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듣는 이를 환상 속으로 인도하는 곡.

 7번 트랙 역시 굉장히 익숙할 것이다. 영화음악으로 많이 쓰이기도 했지만 파가니니가 작곡한 변주곡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을 막심이 편곡했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빠른 템포를 지닌 음악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언제 그랬냐는듯이 차분한 가락으로 바뀌고, 또다시 처음처럼 빠른 곡으로 바뀌는 재미있는 곡이다.

 9번 트랙 'Cubana'는 '쿠바의 여인'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왕벌의 비행'과 함께 이 앨범에서 가장 빠른 곡인데 남미 특유의 열정적이고 화려한 느낌의 곡이다. 듣고 있자면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쿠바 여성이 정신없이 빠른 춤을 추는 듯한 인상을 준다. 유럽색이 짙은 그의 곡에서 가장 개성있고 이질적인 곡이다.

 10번 트랙 '크로아티안 랩소디'는 제목으로 봐서 정말 막심을 위한 곡이라는 생각을 준다. 톤치 훌리치라는 작곡가가 특별히 막심을 위해 제작한 곡인데 'Exodus'와 비슷한 주제를 지녔다. 전쟁의 소용돌이를 피해 지하 방에서 피아노 연주에 몰두할수 밖에 없었던 그의 심정을 가장 잘 담아낸 곡이다. 어린 나이였지만 전쟁의 참상을 직접 보고 들었고 피아노는 그런 그에게 현실 도피 수단이자 이상을 실현다는 도구였다. 알레그로의 템포와 단조풍의 가락은 파괴되는 도시를 눈 뜨고 보는 객관적 시각과, 잔혹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개인의 운명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인상이 강한 곡들 위주로 적긴 하였지만 딱히 설명을 안 적은 곡도 그냥 넘길 것은 없다. 아무튼 막심의 정규앨범 중 가장 현대적인 음반이고 가장 그만의 색을 잘 살린 음반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잠시 그만의 고상한 세계로 빠져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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