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후드 - Robin Hood
영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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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도적 '로빈 후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숲에 살면서 부패 관료 · 승려의 재산을 훔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의적 로빈 후드. 현대에 들어서 스콧 감독은 그를 이단아로 재탄생시켰다. 약자들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인만큼 反권위주의 성격이 대단히 강하다. 로빈 후드가 처음 나왔을 11세기에 이 이야기는 어떤 반향을 일으켰는지, 탄압을 받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현대처럼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시대에 로빈 후드같은 인물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나는 이 부패한 권력에 맞서는 이단아 이야기가 한국의 관객들에게 어떠한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궁금하였다. 물론 오래전에 미국에서 개봉했던 영화를 배급사에서 한두달 전에 수입하여 개봉하진 않았다. 하지만 알다시피 현 정부의 졸속과 부패는 국민을 정말 궁지로 몰아넣고 있어 사람들은 은근슬쩍 로빈 후드같은 인물이 나타나길 기대한다. 물론 화려한 스케일과 러셀 크로우라는 명배우, 또 잘 알려진 스토리를 각색했다는 점도 흥행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요즘 충신형 인물은 매력이 없다. 누구에게 복속되지 않고 당당히 자신만의 길을 가며, 부정행위를 벌이는 윗사람에게 하극상(!!)을 행하는 인물은 평범한 사람들의 지지를 얻는다. 로빈은 처음부터 부정부패를 행하는 권력자를 처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모험을 벌였지만 나중에 가니 자신은 영웅다운 행동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그를 영웅으로 행동하도록 이끈 사람은? 마리엔이다. 로빈 후드의 원작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연히 도착한 마을에서 운명(?)적 사랑을 만나게 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항한다. 왜 꼭 큰 일을 해내는 주인공은 운명적 사랑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영웅적 행동을 하는가?
 존 왕은 분명 부패하였고 백성의 심판을 받아야 할 존재다. 필립 2세는 존 왕의 측근이고 실은 해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아무리 존 왕이 싫어도, 관료들과 서민은 필립 2세를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 물론 제도가 인간을 억누르고, 폭력을 가하기는 한다. 하지만 타 제도에 편입되어 편하게 살려고 소속되어 있는 제도를 배반하는 행위는 더욱 큰 비극을 낳는다. 왜냐하면 타 제도가 더욱 큰 폭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통령도 젊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듣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필립 2세같은 사람이 이기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나중에 로빈이 사람들과 셔우드 숲으로 간 것은 제도의 폭력에서 벗어나 정녕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다. 숲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며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으로 돌아가는 공간이다. 숲은 자연스러운 공간이고 국가는 인위적이다. 로빈과 같은 사람들은 그래도 '법 없이' 살 수 있으니까 제도에 의지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로빈 후드'는 민중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업 영화다. 화려한 전투씬이 조금 불필요하게 많고 로빈이 경이로운 민첩성을 지닌 등 무협 요소가 짙고, 마리엔을 만나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그래도 주제 의식과 오락성을 적당히 갖춘 영화로써 가벼운 영화, 너무 어려운 영화에 지친 관객이 보면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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