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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별 독서법 -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임수현 지음 / 디페랑스 / 2024년 6월
평점 :

<장르별 독서법>(임수현, 디페랑스, 2024)는 책을 장르별로 나누어 읽는 방식과, 그것을 삶과 연결하는 독서의 기술을 소개한다. 철학, 역사, 경제경영, 정치사회, 문학—다섯 개 분야에 맞춰 그에 걸맞은 독서 전략을 세심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낸다. 장르별로 핵심을 파악하고, 구조를 짜고, 저자의 전략을 읽어내야 비로소 책이 '내 것'이 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다.
저자는 먼저, 독서에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표는 곧 주도권”이기 때문에, 그저 시선을 끌거나 누가 읽으라 해서 선택한 책은 쉽게 실망으로 끝날 수 있다고. 성공적인 독서를 이끄는 동력은 오직 나만의 확고한 목표 의식뿐이라는 것
"행복의 본질이 무엇인지 규명하고 싶은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찰하는 것은 철학의 영역이다. 감정 상태로서의 행복에 대해 분석하고 싶은가? 이것은 심리학의 영역이다. 개인의 행복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인과 관계를 도출해 보고 싶은가? 이것은 사회학의 영역이다. 행복을 느낄 때 우리의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보고 싶은가? 이것은 뇌과학의 영역이다. 상상의 세계에서 대리만족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싶은가? 이것은 문학의 영역이다. 스스로 묻고 답해 보자. 나는 과연 어떤 영역에서 행복의 의미를 탐구하기를 원하는가?"p.15
행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도, 철학·심리학·사회학·뇌과학·문학 등 각기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다. 독서는 바로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일에서 시작된다. 책표지에 끌려 맹목적인 선택을 하기보다, 서론과 목차를 먼저 훑고 내게 맞는 책인지 스스로 점검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독서라는 행위는 목표 설정에서부터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책을 읽어야 자기 만의 답을 찾게 되고 독서의 집중도도 올라간다. 책표지 다음에 나오는 '서론'과 '목차'에서 자신의 목표와 관심사에 부합하는 책인지를 살펴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특히 책표지와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지 말고 과감하게 건너뛰라고 조언한다.
장르별 독서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예컨대 정치사회 분야에서 독서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방대한 자료가 담긴 본론에서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제안하는 방식은, ‘문제-원인-해결책’ 구조로 핵심을 먼저 정리한 뒤 읽기. 자료의 방향을 먼저 알고 읽으면 집중력도 생기고, 비판적인 시선도 함께 키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문학 독서법이다. 최근 내가 가장 많이 읽는 장르이기도 하고, 저자 또한 문학 토론에서 가장 큰 재미를 느낀다고 말한다. “상상 속에서 문장을 시각화하는 작업은 언제나 날 가슴 뛰게 한다”(p.249)는 고백에 깊이 공감했다. 그녀가 소개하는 소설 속 장면들에 대한 감상은, 내 마음도 함께 미소 짓게 만든다. 이 또한 문학이 가진 힘이 아닐까.
《장르별 독서법》은 단순한 독서법 책이 아니다. 각자의 독서 인생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구체적인 전략서다.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능동적으로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독서 운동가, 독서논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과 강사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각 장르별 독서의 문턱을 낮추고, 독서의 지평을 넓히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