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 - 미야자와 컬렉션 5 날개달린 그림책방 63
미야자와 겐지 지음, 오승민 그림, 박종진 옮김 / 여유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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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밤, 길게 늘어뜨린 가지에 투박하지만 먹음직스러운 돌배가 달려 있다. 노란 달처럼 어두운 풍경을 밝혀주는 것 같다. 곧 풍덩 물에 떨어질 듯하다. 책표지 그림 하나로도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하다. 계곡에 떨어진 돌배는 어떻게 될까.

푸르스름한 계곡 바닥에서 아기 게 두 마리가 서로 이야기를 한다. ”클램본은 웃었어“ ”클램본은 카푸카루 웃었어“. 아리송한 대화들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계곡 속 풍경과 함께 낯설고 생소하게 다가온다. 어두운 색감의 거칠고 울퉁불퉁한 자갈과 촘촘한 물결무늬들, 동그란 거품들이 여기 저기 떠 다닌다. 또 직선의 황금빛 햇살이 비치고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도 등장한다. 그러다 갑자기 총알 같은 부리가 나타나 물고기를 잡아채간다. 갑작스럽긴 해도 아기 게에게는 이곳이 유일한 세계이며 하나의 우주일 것이다. 우리에게 계곡은 누구나 쉽게 발을 담그며 물고기를 잡고 올챙이를 구경하는 작은 공간이겠지만.

계곡 바닥에서 바라본 우리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의 발은 기둥으로, 아이들의 손은 거대한 그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아니면 머리가 다섯 개 달린 물고기로 생각할지도. 그렇다면 수면 위에 떠 있는 돌배를 아기 게들은 무엇으로 생각할까. 

계곡 수면 위에 노랗디 노란 돌배는 큰 달처럼 보인다. 까만 밤에서 노란 빛깔이 스며든 계곡 바닥은 환하기만 하다.시간이 흘러 노랗고 환한 돌배가 계곡에 풍덩 떨어진다. 아빠와 아이 게들은 돌배 스스로 바닥으로 내려오기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미야자와 겐지의 <돌배>는 돌배나무 옆 계곡 안 풍경을 아기 게들 시선으로 그리며 다채로움이 깃든 하나의 세계로 표현하고 있다. 여러 존재들이 오고 가며, 삶과 죽음이 교차하며 수수께끼 같은 일이 벌어지는 곳. 다른 시선을 가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도서제공,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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