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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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강지나, 돌베개, 2023)는 25년 경력의 교사인 저자가 10년 동안 빈곤층 청소년들의 삶의 여정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가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복지와 교육 등과 관련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직장을 가진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관계 맺기가 어렵고, 부모의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여러 일을 전전하는 등 빈곤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난과 어려움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의 솔직한 목소리는 안쓰럽기도 하고, 나 자신의 모습과 겹쳐져서 가슴이 시리기도 했다. 나와 가장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학생의 인터뷰는 한 문장도 빠짐없이 내 이야기 같았다. 자주 다투는 부모님, 무관심과 대화 단절 속 무기력한 분위기. 가난에 대한 수치감과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엄마 아빠처럼 살게 될 거라는 패배주의적 생각에 사로잡힌 채 보냈던 나의 20대가 떠올랐다.


"돈이 많지 않지만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 이것은 빈곤층 청소년들을 인터뷰하면서 내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이다. 이들은 모두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의 가난을 경험했지만, 그것이 반드시 불행과 연결된다고 보지 않았다. 가난해도 가족 간에 충분히 화목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p.109)


나도 한때 이렇게 생각했다. 돈이 없어도 화목할 수 있는데 부모님은 왜 저러시나, 하고. 돈도 없는데 화목한 분위기도 만들지 못한다며 부모님을 이중 삼중으로 원망했었다. TV에 나오는 가족처럼 거실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대화하는 모습만이 행복한 가족이라고 여겼고, 그렇지 못한 우리 집은 불행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돈이 없으면 화목하기 어렵다. 차라리 이 사실을 더 빨리 알았다면 부모님을 덜 원망했을 것이고, 내가 덜 불행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이는 저자가 지적한 정상가족 프레임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가난한 가족일수록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들이 취약하기 때문에 '비정상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 상당수가 바로 여기에 속한 약자들이다. 정상가족의 배타성이 높은 사회일수록 가난한 가족의 청소년들은 소외감과 열패감을 경험한다. (...) 다시 말해, 정상가족이 아니었을 때 경험한 편견 가득한 시선과 차별, 배타성이 가난한 청소년들의 마음에 비수를 꽂은 것이다." (p.65-66)


어떤 학생에게는 정상가족을 향한 열망이 자신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태도일 수 있다. 여전히 정상가족의 범위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다 더 차갑고 차별적인 시선까지 받아야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정상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비혈연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논의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책은 특히 가난의 의미를 다층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룬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난은 너무 단편적이다. 가난은 단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신체·정신적 건강과 기본 교육 기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에 가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가져도,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과 학대의 트라우마는 시시때때로 발목을 잡는다. "이제는 좀 벗어나도 되지 않느냐"며 쉽게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그 말이 얼마나 어려운 주문인지 잘 모른다. 가난하다는 사실 자체가 사회적 낙인처럼 여겨지고, 게으르고 부족한 사람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이런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즉, 생존 자체에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합리적 판단을 하고 미래 지향적 사고를 할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빈곤층이 전략적 사고나 내면의 강인한 힘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현의 '도움 요청'과 '성찰하는 힘'은 가난한 상황 속에서도 에너지를 생존에만 다 쏟아붓지 않으면서 어떻게 자신의 사회적 존재 가치를 보듬고, 어떻게 자아의 욕구를 발견할 수 있는지 하나의 훌륭한 전략을 보여준다. 이는 빈곤 정책을 고민할 때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기회 제공을 넘어서서, 다른 차원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준다."(p.99-100)


저자는 여러 사회적 자원을 활용해 현명하게 청소년 시기를 보낸 사례를 소개한다. 그 청소년은 가난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았고, 가난의 원인에는 사회적 모순과 구조적 한계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위축되거나 무기력해지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 관계도 무난하게 유지했다. 몸이 불편하지만 헌신적인 어머니 덕분에 돌봄 센터나 복지제도 등을 통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꿈을 키우는 등의 욕구도 충족할 수 있었다. 이 바탕에는 주변 어른들의 역할도 컸다.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어른들이 있었다.


결국, 가난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빈곤 정책뿐만 아니라, 이를 실제로 수행하는 어른들의 태도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 제공 도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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