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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한 예술가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3월
평점 :
예술 작품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 자체의 미적 아름다움도 있지만 작품 안에 녹아 있는 작가의 파란만장한 인생 때문에 더 깊게 여운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예술을 즐기는 방법 중에는 작품 탄생의 배경과 예술가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아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조성준의 <당신이 사랑한 예술가>(작가정신, 2024)은 세상과 불화하며 예술의 혼을 불살랐던 25인의 예술가들의 삶과 대표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여러 분야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화가, 영화감독, 지휘자, 배우, 만화가 등의 내면 세계와 업적, 생애 모두를 아우른다.
이 책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예술이란 자연스럽고 익숙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기존의 통념을 전복시키는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기존의 규칙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낸다. ‘쇤베르크’는 ‘음악이 꼭 아름다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조성을 완벽한 방식으로 파괴한 음악가”(p.108)였다. 그의 제자인 ‘존 케이지’는 피아노 내부에 못과 볼트을 부착하여 피아노를 연주하여 “불확실성을 연주”(p.109)하는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았다.
예술은 우리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균열을 만들고 불확실한 인생을 직면하게 만든다. 불안하고 두려워도 막상 부딪혀보면 그건 실패나 좌절도 아니고 패배한 삶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예술가들이 그랬다. 세상을 거슬러 자기만의 색깔과 주장으로 밀고 나가면서 가난과 고통,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며 살아갔다.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난과 차별 속에서 가장 밑바닥 삶을 견디었다. 피아니스트 ‘프리드리히 굴다’는 ‘저항군, 테러리스트’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또한 당시 혼란스러웠던 사회정치적 상황에서 이용당하거나 버림받기도 하고 시대의 아픔과 같이 신음하며 소리없이 사라졌던 작가들도 있었다. 건축가 ‘김중업’은 반체제 인사로 몰려 추방 당했던 적이 있고, 화가 ‘이쾌대’는 좌익과 우익 모두에게 이용당한 후 월북을 선택했다.
작품은 이런 어려움에 굴하지 않았기 때문에 탄생한 게 아닐까. 세상의 평가절하에도 굴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던 그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음악상을 받지 못했던 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 생전에는 생활고에 시달려 타국에서 생을 마감했던 화가 ‘김환기’. 이들은 지금 이곳에 없지만, 인생의 고군분투와 예술혼이 담긴 작품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여운을 주고 있다.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작품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한 분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