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기분대로 질문하지 말고 아이의 기분을 헤아리는 '진짜 질문'을 하자. 아이의 답변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떤 것도 단정 지어 말하지 말자...'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의 이면에는 '자식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나 '부모의 의도대로 되어 주지 않는 원망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정해 놓은 틀에서 벗어나 내 아이에게 딱 들어맞는 진짜 질문을 하자... 마음을 알아주는 질문, 힘이 되는 질문 하나만으로도 부모는 어제보다 한 발짝 더 가까이 아이에게 다가갈 수 있다. <부모가 자라야 아이가 자란다>88쪽
어쩌면 부모의 역할은 이것뿐일 수도 있겠다. 진짜 질문을 하고 아이의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것.
이 책은 시종일관 '아이의 인생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90쪽)고 말한다. 부모 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서 아이의 관점에서 반응하고 지켜봐 주는 부모가 되라고 강권하고 있다.
저자는 어려운 단어 하나 없이 쉬운 문장과 이해 쉬운 비유로 부모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심리 스피치 전문가로서 아이들과 소통했던 다양한 경험들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 아이 엄마인 나는 어떤 모습인지 되돌아보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대부분 육아서나 교육 관련 책을 읽으면 여러 가지 적용 거리들을 메모해서 실천으로 꼭 옮겨야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마음먹은 만큼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쉽게 낙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오히려 어떤 실천 계획이나 부담을 내려놓았다. 아이에게 짐을 지우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에는, 학교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를 향해 잔소리와 공부 확인 질문들을 쏟아놓기보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간식을 챙겨주면 된다. 안아달라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집안일을 하느라 그 요구를 쉽게 무시했는데 이제는 그냥 힘껏 안아주면 된다. 초3, 7세 두 아이는 스스로 샤워를 할 수 있음에도 제대로 씻지 않을까 봐 걱정돼서, 시간 단축을 위해, 깔끔한 뒷정리 때문에 내가 씻기곤 했다. 내가 안 하면 된다. 안 해도 되는 걱정과 그리 중요하지 효율성을 따지느라 샤워 하나에도 아이의 능력을 쉽게 제한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에게 부담만 주는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진짜 질문을 해야 한다면 무슨 질문을 던져야 할까. 무엇보다 부모 생각과 입장과 판단을 모두 버려야 한다. 왜냐면 정말 궁금해야 질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충분히 질문해 준다.'(84쪽)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들을 마음과 태도가 되어야 한다. 아이를 동등한 인격으로 바라보고 부모인 나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한 것 같다. 이는 결국 부모인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자식의 인생에 부모가 먼저 나서서 자꾸 짐을 올리면 자식은 자라지 못하고 조금씩 땅으로 푹 꺼지고 만다... 부모의 짐은 부모가 지고, 아이의 짐은 아이가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안에 쥔 자식 인생을 놓지 않는다면 결국 자식은 제 앞길을 찾지 못하고 부모의 등에 오래도록 업힌 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건 부모에게 또 다른 짐이 된다. 자식 머리에 올리던 짐을 이제 부모가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90~92쪽)
부모인 자신과 아이의 어깨에 짐만 올려주는 짐꾼이 되겠는가? 아니면 부모와 아이가 스스럼없이 어깨동무할 수 있는 대화 가능한 친구가 되겠는가?
거창한 무엇을 할 필요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 옆에 서서 진짜 질문을 던지고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다정한 눈빛을 주고받는 대화만 해도 된다. 오늘부터. 어렵지 않은 일이 가장 하기 힘든 일이 되지 않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