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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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의 선물로 읽게 되었다. 매우 긴 내용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막히는 곳 없이 술술 읽혔다. 비록 한국계이긴 하지만 해외에서 자란 작가가 쓴 글 임에도 역사 공부에 노력을 많이 기울인 게 느껴졌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 치하의 우리 민족이 가졌던 삶의 애환에 같은 한국인으로써 같이 마음이 아팠고 힘없는 사람 하나하나 힘을 모아 독립에 자기의 방식으로 참여한 모습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웠다.

 

 추가로 댓글을 읽고 알았지만 페미니즘?의 일환으로 그녀와 그를 모두 그로 통일하고 자궁 대신 포궁으로 번역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그녀를 그녀라고 하지 못하고 그라고 해야하는 것이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도 안 될 뿐더러 그녀를 그라고 하는 바람에 읽으면서 앞선 대상 중에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읽으면서 되려 혼란만 야기되었었다. 


 pg 423에 가정부가 "당신네 기생들이 이렇게 끈 떨어진 연처럼 내버려지는 것도 업보지...... 자기 밥 벌어먹자고 멀쩡한 다른 여자 남편을 훔쳐 가는 족속들이잖아." 라고 조소를 흘리며 말하는 대사가 있다. 실제로 읽으면서 불필요한 섹슈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고 느꼈고 불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더러 있었다. 이처럼 번역가가 페미니즘을 반영해 번역한 책인 것이 무색하게 이 책 속의 여자들 대부분은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들에게서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나이를 조금 더 먹고 나니, 인생이란 무엇이 나를 지켜주느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지켜내느냐의 문제이며 그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임을 알겠다. - P250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 P429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 - P513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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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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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새비지. 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는데 실로 부러운 글쓰기 능력을 가진 작가였다. 자치 지루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병렬적 묘사와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이렇게 몰입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사실 '파워 오브 도그'를 읽는 도중에는 필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책 후반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 필의 행동이 일종의 동성애자 콤플렉스에서 기인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고 연민도 들었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콤플렉스가 드러나길 두려워 하고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관련해 드러나는 태도에는 사람 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경우가 자신과 유사한 콤플렉스를 가진 자를 오히려 경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학벌이 낮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천대하는 경우가 있다. 필 역시 그럼 부류의 사람인 듯하다. 다칠 수 있는 거친 일에도 장갑을 절대 끼지 않는 등 남성성을 부각 시킬 행동을 고집하고 그에 반해 다소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피터를 과하리 만큼 비판하며 모욕을 준다. 

 콤플렉스가 강할 수록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던 주변인에게 느낄 수 있는 배신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필은 늘 함께해왔던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축하보다는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당연히 나와 가장 가까울 것 같았던 동생에게 더 가까운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과 나에겐 있는 콤플렉스(동성애)가 이성애자인 동생에게는 없는 것에 대한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필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그래서 항상 내 손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가 어느새 대학을 가고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넓혀나갈 때 처음에는 마냥 응원해줄 수 없을 만큼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즐기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동생은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움도 느꼈다. 이렇게 콤플렉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 앞에서도 스스로를 한없이 옹졸하게 만든다. 

 '파워 오브 도그'는 토머스 새비지의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들었다. 작품 해설을 참고해봤을 때 이 책은 그의 성장 과정에 있던 콤플렉스를 표현하고 분출한 도구가 된 듯하다. 피터의 필에 대한 복수가 그에게 후련함을 주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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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무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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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미야 잡화점을 다시 읽고 고민에 답을 구하는 자에게 상담자의 나이와 지혜는 무관하고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소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는 끼워맞춤과 일본 문화 특유의 과한 송구스러움에 어렸을 때 읽었을 때 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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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 몸
주원규 지음 / 뜰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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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에 따르면 태초의 인간이었던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이 금한 선악과를 탐하고 나서 벗은 몸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승민의 벗은 몸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태초의 인간 본연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죄를 범한 인간이 보기에 그 발가벗은 모습은 감춰야 할 수치스러운 민낯에 불과했을 것이다. 

 우리는 어떤 집단에서든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다. 심지어는 사회적으로 일컬어지는 비정상인의 집단에서도 보다 더 비정상적인 대상을 만들어낸다. 그 예로, 본 책의 pg 22에서 장애인을 위해 건립된 센터에서조차 장애인 가운데 더 통제하기 힘든 장애를 가진 승민이를 소외시키고 내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교 집단에서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짓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 성격은 조금 다르겠지만 교리대로 행하지 않는 자를 바른 길로 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죄'책감이 들게 만든다. 그들은 본인이 믿는 신에게 벌 받기를 두려워하고 신이 기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신이 직접 얘기하지 않으니 현실은 신을 많이 공부한 대리인을 통해서 신이 원하는 바를 알게 된다. 그 대리인이 신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에 문제가 생긴다. 작가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다수의 신도들이 사회적 통념과 모럴에 관한 갈등을 일소하려는 종교(대리인 개인)의 획일적인 해법 아래 통제되고 있을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JMS와 같은 사이비 종교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됨에도 그 믿음을 의심하는 것이 더 죄악이라 여기고 본인이 믿는 잘못된 신의 모습 아래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만다. 

 작가가 소설 속에서 보여준 우리 사회의 단면은 이처럼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는 그 모순 가운데 무엇이 경계해야 할 모습이고 벗은 몸인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처럼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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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종이우산을 쓰고 가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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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세 노인의 엽총 자살이라는 다소 거창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담담한 어조로 세 노인의 주변 인물의 삶을 그려나간다. 인생이라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죽음을 생각해도 다른 이는 자기의 인생을 묵묵히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것. 아주 가까운 이 조차도...

 학창시절에는 바람만 불어도 나아갈 것처럼 웃었는데 지금은 즐겁다가도 금세 허무해진다. 나는 나를 찾아가는데 남들은 나를 더 몰라주고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삶에 치여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결국 혼자라는 사실만 확실해진다. (비록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가족, 친구를 사랑하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마지막 날을 준비해나가는 것 같다. (자살만이 아닌 그냥 내 삶의 마지막날.)

 옮긴이가 내가 느낀 바를 잘 정리해 주었기에 옮긴이의 글을 인용해 끝맺어본다.

[결국 죽음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이며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는 것, 따라서 하나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줍니다.]

 

드러나게 대립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것은 은연중에 알기 마련이다. 체념. 어느 시기부터 아버지한테서 그게 느껴졌다. 혼자서 산속으로 이주해 버린 것도 그 체념과 관련 있었을 테고, 인간보다 고양이니 염소니 작은 새와 같은 동물에게 더 애정을 쏟았다. - P65

그것들은 전부 집 안에서의 기억이며 인상이었다. 집 밖에서의 아버지를 나는 얼마만큼 알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속이 술렁거렸다. 아버지를 자신들 가족의 것이라 여겼다. 아니라는 말은 어느 누구에게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는 왜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떠나 버렸을까.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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