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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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머스 새비지. 처음 접해보는 작가였는데 실로 부러운 글쓰기 능력을 가진 작가였다. 자치 지루해질 수 있는 다양한 인물에 대한 병렬적 묘사와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이렇게 몰입감 있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사실 '파워 오브 도그'를 읽는 도중에는 필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책 후반에 있는 작품 해설을 읽고 나서 필의 행동이 일종의 동성애자 콤플렉스에서 기인 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고 연민도 들었다.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의 콤플렉스가 드러나길 두려워 하고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관련해 드러나는 태도에는 사람 마다 차이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경우가 자신과 유사한 콤플렉스를 가진 자를 오히려 경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벌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학벌이 낮은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천대하는 경우가 있다. 필 역시 그럼 부류의 사람인 듯하다. 다칠 수 있는 거친 일에도 장갑을 절대 끼지 않는 등 남성성을 부각 시킬 행동을 고집하고 그에 반해 다소 여성적으로 보일 수 있는 피터를 과하리 만큼 비판하며 모욕을 준다. 

 콤플렉스가 강할 수록 자신의 콤플렉스를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던 주변인에게 느낄 수 있는 배신감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필은 늘 함께해왔던 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축하보다는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보다 당연히 나와 가장 가까울 것 같았던 동생에게 더 가까운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과 나에겐 있는 콤플렉스(동성애)가 이성애자인 동생에게는 없는 것에 대한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필에게 강한 동질감을 느꼈다. 나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여동생이, 그래서 항상 내 손 안에 있을 것만 같았던 아이가 어느새 대학을 가고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넓혀나갈 때 처음에는 마냥 응원해줄 수 없을 만큼 배신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즐기지 못했던 대학생활을 동생은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움도 느꼈다. 이렇게 콤플렉스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자 앞에서도 스스로를 한없이 옹졸하게 만든다. 

 '파워 오브 도그'는 토머스 새비지의 자전적 내용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들었다. 작품 해설을 참고해봤을 때 이 책은 그의 성장 과정에 있던 콤플렉스를 표현하고 분출한 도구가 된 듯하다. 피터의 필에 대한 복수가 그에게 후련함을 주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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