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의 방 - 법의인류학자가 마주한 죽음 너머의 진실
리옌첸 지음, 정세경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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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받고 제일 먼저 반한 것이 전반적인 책 디자인입니다. 
그림에 관심이 많은 1인으로서 책 디자인을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책 표지에 이끌려서 구매할 때도 있기에 유심히 보는 편입니다. 센스있는 사소한 디자인에 정말 감동했달까요.

마치 범죄스릴러 같은 일러스트와 제목이 있는 표지는 보라색 그라데이션으로 자칫 진지해질 수 있는 책을 접근이 쉽도록 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소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뒷표지 날개는 접어서 책갈피로 쓸 수 있도록 접는 선까지 만들었습니다. 아니, 독자를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니.. 책갈피를 날개로 쓰시는 분들에게는 최적이죠!

가독성 좋은 폰트 선정 역시 다른 책들과는 달랐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명조체는 가독성을 떨어뜨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눈에 잘 안 들어오는 인문학책이 많습니다. 그런 책들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죠. 하지만 분량도 많지 않은 이 책 폰트는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 ‘한강 장체’ 같은 ... 느낌? 뭐 깔끔한 명조체라 눈이 너무 편했습니다. 

작가는 시체의 부패부터 유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케이스의 연구를 소개합니다. 다양한 예시와 진지한 이야기들로 저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저 ‘증거물’로서의 뼈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서 대하는 그들의 모습을 소개하면서 우리들 역시 그렇게 대해야 한다고 작가는 전합니다. 그저 단순히 시신으로서가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하나의 개체로 말예요.

앞서 말했듯 다양한 뼈 연구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범죄보다는 역사와 문화에 집중되었습니다. ‘유골’의 생김새와 흔적을 통해 과거의 사회는 어떠했는지 왜 그런 뼈의 모습이 생겨났는지, 다양한 부족 문화는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기술했습니다. 법의인류학자들은 역사의 흔적만 좇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신원불명의 유골들이 묻힌 집단무덤이나 실종자의 시신들의 흔적을 조사하기도 하더라구요. 

참 인상깊었던 부분은 바로 ‘바다에 가라 앉은 사람들’이 주제인 부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이타닉을 예로 들면서 그 많은 사람들 중 바다에서 찾은 시신은 300구 남짓이었으며 신원을 찾지 못한 사람들은 다시 수장, 그리고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습니다. 304명의 사망자를 냈던 대참사였죠. 법의인류학자로서 수색팀 그리고 정부의 은폐는 죽은 이에게 그리고 유족들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고 안타까움을 가장한 분노를 표현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이 우리나라를 언급한 것도 신기했지만 그 예시가 좋은 예시는 아니라 창피했달까. 함께 공감을 해주니 어찌보면 감사할 일이기도 하고요. 

법의인류학이라는 전문영역에 철학적 요소를 더했습니다. 어찌보면 어렵고 무거운 주제일 수 있었지만 중간중간 드라마나 책 등의 예시를 들어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번역이 좋아서일까요? 마치 한국인이 글을 쓴 것 같았습니다. 법의인류학자의 블로그의 글을 읽는 것처럼 간결한 문체로 눈에 쏙쏙 들어오니 책의 짧은 분량이 아쉽게만 느껴졌네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법의인류학이라는 학문을 소개하고자 했을까요?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알리고자 했어요. 그녀는 또한 인간은, 생명은 죽음앞에서 모두 평등하다는 것을 전했습니다.

고로 저는 이 책을 꼭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야만 살아남는 이 시대에 이 책은 지적호기심 충족과 함께 인문학 지식 1과 자그마한 위로를 함께 주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살아생전에 성별, 신분, 권력, 생활수준, 성적취향, 종교, 지역, 정치적 입장 등 어떤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고 해도 사람은 다 똑같다는 것이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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