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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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자전적 소설인 한눈팔기.
기존의 출판사보다 최신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어 신청한 서평단에 운이 좋게 당첨되었다. 

과연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까
책이 도착하니 문득 궁금해져 서둘러 읽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주인공인 겐조에게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다. 
겐조는 시마다 부부에게 양자로 보내졌다. 친부는 지속적으로 양부에게 양육비를 지급했지만 양부의 외도와 지긋한 불화로 인해 이혼한 관계로 약 5년만에 본가로 돌아오게 된다. 실제의 소세키의 삶은 어땠을까? 양부와 친부가 서로에게 핑퐁처럼 떠넘기려 했을까? 어찌되었든 이 사건으로 겐조는 한층 성숙해진다.

그런 겐조는 유학 후 고향인 도쿄에 정착하여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일을 더 하지 않았기에 여유롭지 못했다. 그에게는 현재 가난해진 형 한 명과 결혼한 이복누나가 있다. 도움이 안 된다. 쯧.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낯익은 노인을 마주치게 된다. 그는 바로 양아버지 ‘시마다’. 예상은 했지만 가난한 상황이기에 돈을 달라고 부탁하러 끈질기게 찾아오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양어머니도 돈을 부탁하러 왔으며, 장인어른까지 힘들어진 상황. 그리 넉넉치 않은 겐조는 난감해지기 시작한다. (계속 고구마 백개 먹을 예정)


이 작품은 특히 겐조와 주변인들의 돈으로 얼룩진 관계를 통해 자본주의 초기의 실태를 보여준다. 그로 인해 자신의 속마음은 어떠한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등의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섞여 혼란스러운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혼자일 때가 아무 걱정이 없어 좋았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켜야 하는 것이 많아지고 자존심이 생기니 더더 괴로움이 커졌을 것 같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유신 이후에 급격하게 변화되는 일본과 주변인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들을 이 작품에 담았을 것이다. 계급보다는 돈으로 신분이 나눠지는 시기.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겐조라는 캐릭터로 만들어냈을 것이다. 자전적 소설이라더니 정말 겐조는 소세키 본인이었다. 

작품 속 겐조의 모습은 개화기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성공한 가족에게 무리하게 경제적 부담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이 작품이 대단한 것은 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려감에 따라 적응하기 힘들어진 사람들의 모습과 그 안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는 반만 성공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서재만 있으면 된다는 겐조의 독백이 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 것일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달라, 돈을 달라 하는데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을까. 나라면 미쳐버렸을 것 같다. 


서평을 쓰려고 인덱스르 붙이면서 느긋하게 읽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문장이 술술 읽혔다. 소세키가 글을 잘 쓴 것일까, 번역이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번역가 역시 또 하나의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 나라와 번역하는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정서에 맞게 잘 번역해야 한다.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문득 번역가를 찾아보았다. 국문과 졸업 후 일본 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셨다고 한다. 일본 문학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며, 국문과 전공이니 금상첨화다. 좋은 책 잘 번역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런 좋은 번역이라면 다른 문학 도서들도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좋은 기회로 이 책을 읽게 해 준 을유문화사에도 감사인사를 드린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서류의 끝 부분엔, 시마다가 겐조의 호적을 원래대로 두고 본가로 돌려주지 않을뿐더러 어느 틈에 호주로 고쳐 놓고 그의 인감을 도용하여 여기저기서 돈을 빌린 사실들을 열거해 놓았다. - P92

예전의 그는 가난하지만 혼자서 세상에 서 있었다. 지금 그는 여유 없이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데다가 주위로부터는 든든한 의지처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점이 그는 괴로웠다. 더구나 자기같은 인간이 친척들 중에서 가장 잘되었다고 여겨진다는 사실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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