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딱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낯설지 않은 제목이 있다. 바로 [절대정의]. 줄거리가 눈에 들어와 구매했지만 다른 책에 밀려 묵은지가 되고 말았다.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못읽은 책이 한 다발인 건 안 자랑. 아무튼 이 작품. 눈에 띄었다. 책소개는 사실 대충 읽어 사전 정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어쩐지 재미있을 것 같은 나의 미스터리 촉이 딱 왔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다. 살인을 했다고 자수한 ‘마유코’는 고차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다. 과거 무차별 살인범의 칼날을 피해 도망치려다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로 기억을 저장하는 데에 문제가 생겨 방금 일어난 일도 금새 잊어 버린다. 그런 그녀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를 했다. 피해자는 무차별 살인범. 과연 그녀는 정말 사람을 죽였을까? 나는 처음엔 그녀를 진심으로 의심했다. 자신의 기억장애를 수단으로 삼아 자신을 이렇게 만든 가해자에게 복수를 한다는 그런 추리를 했었다. 혹은 기억을 못하는 척 하거나. 하지만 그녀는 기억장애다. 가해자는 물론, 그 당시의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방금 만난 사람들도 잊는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기억 상실’이라는 소재는 개인적으로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 숱하게 쓰인 소재가 아닌가. 하지만 미스터리와 만났다. 어쩐지 기대가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의 기억 상실은 마치 작가가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본인의 생각도, 주변인들의 모습까지도. 계속 기억을 잊는 마유코였지만 어떻게 해서든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는 진행상황 역시 자연스럽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영화 ‘메멘토’가 생각이 난다. 게다가 형사 유카의 가정사와 마유코의 남편을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간병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였다. 그렇다. 기억장애를 가지고 있는 마유코는 남편이 있었다. 그는 바로 그 교통사고 가해자. 남편은 이상하게 마유코를 범인으로 몰았다. 작가는 그렇게 범인은 남편쪽으로 의심하도록 유도했다. 진실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긴장감이 넘치고,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작품이다. 기가 막히는 반전까지 있다. 소름 돋는 반전을 보면서 정말 새로운 차원의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뒤집고 뒤집히는 반전이란 것은 추리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읽는 것 같았고, 막힘없이 술술 읽히는 것을 보니 일본 소설이기는 하구나 싶었다. 게다가 결말까지 완벽하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데 그렇다고 이해하지 못할 마지막은 아니다. 안타까움과 씁쓸함에 행복함까지 더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누구나 예상했던 결말이 아니기에 좀 더 만족했던 것 같다.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들은 대부분 ‘남성’ 작가였다. 편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채워주지 못한 뭔가가 있었달까. 하지만 이 작가는 달랐다. 호로록 읽히는 것은 물론 미스터리 안에 사회적 요소까지 담았다. 혐오스러운 잔인함도 없다. 그래서 더 만족도가 높았지 않나 싶다. ‘기억상실’ 만으로 작품을 진행해 나갈 수 가 있다니 대단하다. 이 작품이 좋아서 [작열]도 구매했다. 조만간 [절대 정의]도 읽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