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어. 나한테 타고난 욕망이 있고 그 욕망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아니면 뭔가 다른 일그러진 부분이 있고 그걸 들키고 싶지 않아서 그런 꿈을 꾸다 보니 꿈 자체가 욕망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어. 지금까지도 말이야. - P61
평범하게 살면 내가 원하는 상황의 시체와 마주칠 일이 없어. 하지만 반사회적 사회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지. 그렇다고 해도 나한테는 나쁜 친구가 한 명도 없었고,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알게 되는지도 감이 안 왔어. 그래서 밤마다 번화가나 치안이 별로 좋지 않다는 지역을 어슬렁거렸지. 길가에 모여있는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나 술집에서 우연히 가까이에 앉은 무섭게 생긴 사람들을 공상에 젖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 거야. 오히려 기적 같은 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 P63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로 눈앞이 붉게 물드는 것 같았다. 도모코는 아파오는 위장을 손으로 짓누르며 생각했다. 당장이라도 안도에게 걸어가 뺨이라도 한 대 내리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체벌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조차 합당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안도의 발언은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P111
꿈을 위해 물장사를 한다고요? 그건 타락도 아니에요. 지금도 하고 있고 그러다가 꿈을 잡아 성공한 사람도 많아요. 망가지냐, 아니냐는 본인 마음가짐에 달려있고요. 거기서 포기한다면 어차피 난 그 정도 인간이었겠죠. 전형적인 상경 실패담을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뿐이잖아요. 도대체 어디가 점술사죠? - P147
스스로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확신한 그 느낌은 착각도, 자만도 아닙니다. 사실이에요. 사람들은 종종 당신을 과대망상에 빠진 사람으로 해석하지만, 사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조금도 믿지 않습니다. 당신은 많은 사람 속에서 자신을 선택해 준 손님을 믿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알코올로 대충 얼버무렸던 그 사람들의 기대를 이번에는 정당하게 노력해 진짜가 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당신의 불가사의한 반짝임은 실은 그런 올 곧은 영혼에서 생겼을 겁니다. - P149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 꿈을 품게 되었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가령 일기를 쓰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벼락 맞듯 꿈을 정했다는 경우처럼 날짜가 분명해도 꿈이란 실제로 마음속에서 불을 지펴 활활 타올랐다가 꺼지고, 잔불인 상태로 있을 때를 되풀이하는 법이다. - P154
모두가 그녀를 천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재능을 모독하는 말이 될까 봐 누구도 입 밖에 내지 않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느끼고 있을 것이다. 재능 하나만 받는 것도 드문데 두 가지나 받는 건 도대체 어느 정도의 확률이어야 할까. 아니면 진정으로 뛰어난 사람이란 그 우수함이 외모에까지 드러나는 존재인 걸까. - P209
돈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선생님, 그런 생각은 선생님답지 않고 너무 안일해요. 선생님은 저를 키우겠다고 약속하셨어요. 저한테 잘못이 있어서 계약이 파기되는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생님은 저를 끝까지 맡아주셔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 P214
스스로 용서할 수 없다면 그것도 괜찮아. 견디기 힘들면 잊어도 되고 죄와 고통과 함께 살아도 돼. 마음대로 해. 그런데 죽으면 뭐가 돼? 네가 죄인이라면 대가를 치르기 위해 사는 방법도 있지 않을까? - P2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