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호흡을 하고 몸이 움직이는 걸 확인했다. 손가락을 움직여 불을 켜고 재빨리 거실 문으로 다가가서 힘차게 열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하지만 평소와 똑같은 거실이 펼쳐졌다. 거실 불을 켜고 그런 소리를 낼 만한 물건이 없는지 구석구석 둘러보았다. - P28
필요 이상으로 무서워할 건 없겠죠. 무서워하면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괴물을 마음속에 만들어내서 멋대로 피해를 당하거든요.... 그게 제일 피해야 할 일입니다. 예를 들면 유령이 화났다는 망상에 겁을 먹어서 건강이 안 좋아진다든가. - P47
죽음을 눈앞에 둔 지금, 생생한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다. 호흡이 멎는 게 두려웠다. 심장이 멎는 게 두려웠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 손가락이 물체로 변하는 게 두려웠다. 그 손가락을 보는 두 눈이 보이지 않는 게 두려웠다. 이 의식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 악을 쓰고 싶을 만큼 무서웠지만 악을 쓸 기력도 체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 P276
공기가 희박하다. 호흡이 빨라졌다. 진정해, 진정해, 하고 나 자신을 거듭 타일렀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수는 없다. 마음과는 달리 어둠이 점점 시야를 뒤덮기 시작했다. 제발 조금만 더. 드륵. 작은 소리가 고막을 흔들었다.
- P285
유령은 존재하는가, 저주는 존재하는가. 그걸 인정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사건을 대하는 시각은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유령이나 저주가 존재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실험과 점증에 사용하기 위한 물건도, 장소도 잃었으므로 확인하기도 불가능하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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