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ㅣ 스티븐 프라이의 그리스 신화 1
스티븐 프라이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9년 4월
평점 :
품절


닉스는 에레보스의 도움 없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될 모로스, 즉 운명을 낳았다.운명은 인간이든 신이든 모든 피조물에게 찾아가지만 항상 숨어 있다. 불멸의 신들마저 우주를 장악하는 운명의 전지전능한 힘을 두려워했다. - P35

고통과 괴로움, 분노에 젖은 우라노스의 광기 어린 비명이 온 우주에 울려 퍼졌다. 천지 만물의 짧은 역사에 그토록 쩌렁하고 무시무시한 소리는 처음이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그 소리를 듣고 두려움에 떨었다. - P39

얼마 전에 내가 참 심심하고 외롭다는 걸 깨달았다네. 좀 더 넓은 의미의 ‘외로움‘이지. 우주적인 의미로. 난 우주적으로 외로워. 앞으로도 쭉 이래야 하는 건가? 모두가 머리를조아리고 찬가를 부르면서 소원을 비는 동안 나는 올림포스에서 무릎에 벼락이나 올려놓고 옥좌에 앉아 있으라고? 영원히? 그게 무슨 재미인가? - P156

이 세상에 즐길 것들이 그 외에도 얼마나 많은가. 여행할 곳도 천지잖아. 포세이돈의 바다를 항해하고, 데메테르의 도움을 받아 씨를 뿌려 곡물을 기르고, 헤스티아에게 가정 건사하는 법을 배우고, 짐승을 키워 우유, 모피, 노동력을 얻고, 아르테미스한테서 사냥술을 배울 수 있지. 헤르메스가 저자들에게 지략을 가르쳐줄 테고, 아폴론은 음악과 지식을 알려줄 거야. 아테나는 지혜롭게 자급자족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지.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기술을 나눠줄 테고. 저들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걸세. - P166

세상이 굶주려 있어요. 허기진 인간들이 울부짖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단 말입니다. 페르세포네를 돌려주지 않겠다면 내 의지가 얼마나 강하고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곧 알게 될 겁니다. 헤르메스는 망자들의 영혼을 더 이상 그대에게 데려다주지 않을 거요. 단 하나의 영혼도 여기로 보내지 않겠지요. 모두 새로운 천국으로 가거나 아니면 아예 죽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데스는 권력과 영향력, 권위를 모조리 빼앗긴 텅 빈 왕국이 될 겁니다. - P198

신들이 번식하듯이, 인간도 번식했다. 하지만 이제 신들 못지 않게 신성한 불을 본성의 일부로 품게 된 인간은 욕망, 성교, 생식 뿐 만 아니라 신들처럼 사랑할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되었다. 사랑, 그리스인들에게 그것은 복잡한 개념이었다. - P203

에로스는 탐욕과 성적 욕망과 관련 있으며, 한눈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버리는 사랑도 그렇다 . 에로스가 쏜 화살에 맞으면 처음 눈에 띄는 사람(혹은 짐승)에게 반해버린다.에로스는 사랑의 속성처럼 변덕스럽고 장난기 심하며 두서없고 잔인해지기도 한다. - P206

아끼던 심복의 죽음을 슬퍼하여 헤라는 아르고스의 반짝이는 눈 100개를 아주 칙칙하고 볼품없는 어느 늙은 새의 꼬리에 붙여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작으로 변신시켰다. 이런 연유로 이 거만하고 화려하고 도도한 새는 영원히 헤라와 엮이게 되었다. - P247

제우스는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시시포스는 왕족이지만 너무도 사악하고 너무도 파렴치한 생을 살았으므로 헤르메스의 인도를 받아 품위 있게 지하세계로 내려갈 자격이 없다고. 대신에 죽음 자체인 타나토스가 와서 쇠고랑을 채워 그를 끌고 갔다. - P340

지금도 시시포스는 타르타로스의 언덕에서 바위를 굴리고 있다. 꼭대기에 도착하기 직전에 바위는 굴러떨어지고 그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그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노력하면 자유가 될 거라 믿고 있다. - P353

화가와 시인, 철학자는 시시포스의 신화에서 많은 것을 보았다. 인간 삶의 부조리, 노력의 헛됨, 운명의 무자비한 잔혹성, 이길 수 없는 중력의 힘. 하지만 인간의 용기와 회복력,불굴의 정신, 인내와 자기 믿음도 보았다. 그리고 순종을 거부하는 영웅적인 면모도. - P353

‘살가죽이 벗겨지는 마르시아스‘는 화가와 시인, 조각가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가 되었다. 어떤 이들은 그의 이야기에서 프로메테우스의 운명을 떠올린다. 예술가 겸 창조자들이 신들에게 도전장을 던지고, 신들은 필멸의 예술가들이 자신들을 능가할 수 있음 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 P364

자기애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거울에 자신이 사랑스럽거나 감탄할 만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만 보고 싶은 욕구로 가장 잘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상대의 눈을 들여다볼 때 우리는 그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눈에 비친 우리를 본다. 이 정의에 따른다면, 자기애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 P427

가엾은 예술가가 소원을 비나니 부디 들어주시어, 그가 대리석으로 조각한 이와 똑같은, 정말 살아 있는 여인을 그에게 보내 주십시오. 지엄하신 아프로디테 님이여, 만약 이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그는 헌신적인 노예가 되어 죽는 날까지 사랑을 섬기고 찬양 하는 데 그의 인생과 예술을 바칠 것입니다. - P442

아리온이 음악가로서 성공적인 인생을 오래오래 누린 후 세상을 떠나자 돌고래와 음악을 신성시하는 아폴론은 그와 돌고래를 천상으로 올려 보내 궁수자리와 물병자리 사이의 돌고래자리로 만들어주었다. 그 자리에서 아리온과 돌고래는 항해자들을 도우며, 인간과 돌고래 사이에 존재하는 기이하고도 불가사의한 연대감을 일깨워준다.
- P460

금을 가질 수 있다는 흥분과 기쁨은 금세 불안과 공포로 변했다. 미다스가 만지는 모든 것은 금이 되었지만 그의 심장은 납덩이가 되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리 하늘을 저주하며 울부짖어도, 차갑게 굳어버린 아내와 딸은 온기 감도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사랑하는 장미들이 무거운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에 그도 괴로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화려하고 현란한 황금빛으로 영롱하고도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화강암 처럼 어두운 잿빛으로 굳어버렸다. 배고픔과 갈증은 또 어찌하랴! 음식과 음료가 모두 못 먹을 금으로 변한 지 사흘, 미다스는 금방이라도 세상을 뜰 것 같은 기분이었다.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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