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특별한 순간에 사람은 행복과 아품을 동시에 느껴. 클라라, 이 모든 걸 주의 깊게 관찰하다니 장하다. - P40
거지 아저씨와 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죽었는데 행인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나는 슬픔을 느꼈다. 둘이 끌어안고 서로에게 위안을 주며 같이 죽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나는 누군가가 알아차리고 이들을 어딘가 더 편안하고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기를 바랐다. 매니저에게 말할까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밤이 되어 내가 창가에서 내려갈 때가 되었을 때 매니저가 너무 피곤하고 심각해 보이길래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 P63
"아무 감정이 없는 게 가끔은 좋을 거야. 네가 부럽다. " 나는 이 말을 잠시 생각해 보고 말했다. "저에게도 여러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이 관찰할수록 더 다양한 감정이 생겨요." - P150
불화는 늘 있어. 그건 그렇고, 네가 묻기 전에 대답하자면 맞아. 영국이 그리워. 특히 산울타리가 그리워. 영국에는, 적어도 내가 살던 고장에서는 어디든 녹색이 보이고 그게 전부 산울타리로 나뉘어 있어. 여기도 산울타리, 저기도 산울타리. 아주 깔끔하지. 그런데 여기를 봐. 그냥 끝도 없이 이어지잖아. 저 안 어딘가에 울타리가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잖아? - P225
해가 매우 관대하기는 하나 내가 하려는 행동에는 위험성이 있으므로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확실하게 들었다. 위쪽에서 풀밭을 훑는 바람 소리와 멀리에서 우는 새소리가 들렸다. - P241
거기에서 나무가 울타리처럼 죽 늘어서 있는 곳까지 펼쳐진 풀밭과, 해가 그 뒤로 피곤한 듯 이제 흐릿한 빛을 내며 땅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보았다. 하늘이 밤으로 물들며 별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해가 쉬러 내려 가면서 나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짓는 걸 느꼈다. 마음에 고마움과 존경이 솟아서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해의 마지막 빛이 땅 밑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 P247
믿음의 문제가 아녜요. 내가 저 위에 있는 에이에프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 - P304
우리는 감상적인 사람들이죠. 어쩔 수가 없어요. 우리 세대는 여전히 과거의 감정을 지니고 살죠. 마음 한편에서 그걸 붙들고 버리지 않으려고 해요. 우리 내면에 가닿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계속 믿고 싶어 해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는 고유한 무언가가 있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당신도 알고요. 우리 세대 사람들은 무언가 있다는 생각을 놓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 생각을 버려야 해요. - P308
그러면 다른 것도 좀 물어보자.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 P320
너는 계속 희망을 가져도 된다고 했었잖아. 희망을 가질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했었어. 그래서 나도 기대하게 됐다고. - P389
클라라, 내가 에이에프한테 아주 관심이 많다는 거 기억하지. 나는 너희를 늘 친구로 생각했단다. 지식과 깨달음의 원천이기도 하고.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너희들을 불안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어. 두려워하고 미워하는 사람들.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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