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은 간신을 원한다 - 한명회부터 이완용까지 그들이 허락된 이유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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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은 한 겹 벗겨놓으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욕망하고, 그들도 인간일 뿐이다. 다만 욕망의 크기가 남들보다 더 컸고, 때마침 이 욕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왕‘이라는 요술방망이가 그들의 발밑에 떨어져 있었을 뿐이다.

- P7

왕의 허락이 없으면 간신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간신‘의 오명을 뒤집어 쓴 홍국영의 모습이다. 20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그는 간신이란 이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는 간신으로 넘어가기 전에 멈취 세워진 권신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도 간신으로 손가락질 받는 데 대한 책임이 정조에게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사실이다. 견제 없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해질 수밖에 없다. - P59

너무 뛰어난 신하는 그 자체로 왕에게 위협이 된다. 왕은 한 명이고, 신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신하들이 작당모의를 한다면 왕은 채 손도 써보지 못하고 죽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왕에게 ‘의심‘은 일상이다. 인조도 평범한 왕이었다. - P74

세상은 등가교환의 법칙으로 움직인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능력이 없는데 욕심이 많은 자들은 사회통념상 꺼리는 일들, 예를 들면 신념이나 윤리 ,자존심 등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능력이 없음에도 욕심을 채우려는 이들은 결국 당대의 상식이나 윤리관을 뛰어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이들이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78

21세기인 현재도 대통령의 친인척을 관리하기 위해 민정수석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의 근처에는 파리 떼가 꼬이게 되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만 살펴봐도 권력의 속성과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이들 의 행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먼 역사 속 이야기나 독재정권 시절이 아니라 인사 시스템과 검증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최근에 벌어진 일이다. - P120

권력은 끊임없는 감시와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다. 간신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에게 그런 ‘환경‘이 주어진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간신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간신은 간신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 P121

국가를 개혁할 의지 없이 권력 의지만 가진 사람이라면 권력에서 배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옳은 생각일까?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물론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정권‘의 입장에서는 어떠했을까? - P151

살아남기 위한, 그리고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선택은 역사는 물론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이상 전 세계 모든 이들의 목숨보다 나 하나의 목숨이 더 간절하기 마련이다. 김질은 그날 그 선택의 대가로 수많은 동료들과 그 가족들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 그는 자신의 생존과 함께 죄책감을 택했다. 이는 배신자가 떠안아야 할 천형이다. - P169

인간은 유혹에 약한 존재다. 우리 대부분은 기회주의자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태어났다. 그 욕망을 억누르고, 공익을 우선하며. 대의를 위해 인생을 던진 이들을 우린 위 인이라고 부르고 이를 기린다. 역사 속에서 이런 위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역사는 수천 년 간 축적된 기록이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을 지금 주변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다. 드물기 때문이다. - P188

적당히 비겁하고 때때로 정의로우며, 사익 앞에서 공익을 추구 하고자 하는 마음이 흔들리고, 대의를 앞세우지만 개인의 욕망에 굴복하는 것이 평범한 얼굴을 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완용은 공익보다 사익을 앞에 뒀고, 자신이 배운 대로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에만 골몰했다. 인간을 불신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사회에 휘감겨 살아가는 사람, 특히나 한국과 같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세‘라는 것에 짓눌린다. - P189

언제든 간신이 될 사람, 충신이 될 사람은 비슷하게 존재한다. 아니, 원래는 둘 다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간신이 권력을 부패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부패한 권력이 간신을 만든다. 그렇기에 몇몇을 지목해 책임지우는 것은 사안에 대한 안이한 결론짓기다. 간신 한 명만의 잘못으로 나라가 망한 적은 없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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