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캡슐 - 15년 만에 도착한 편지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윤수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실에는 살해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굳이 한적한 곳으로 가는 어리석은 자는 없다. 그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에게 유리한 점은 상대가 방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순다섯 먹은 여자쯤은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고 만만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치밀하게 덫을 놨다.

- P96

다리가 후들거린다. 도망치자. 일단 여기를 떠났다가 다시 오자. 파란 신호가 깜빡이기 시작하고, 횡단보도를 종종걸음으로 건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자, 사람들 속에 섞여 여기서 사라지자. 신호가 빨간색이 되는 순간, 전속력으로 건너가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고 태세를 갖췄을 때 등에 뭔가가 닿았다. 누군가가 등을 민 것이다. 차도의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몸이 균형을 잃고 상체만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 수영장에 뛰어들 때처럼. - P154

복도 안쪽의 위패가 안치된 방에서 신음 소리가 들린다. 실로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선. 이불 위에 누워있는 사람은 생사를 오가는 사람. 죽더라도 그대로 살아있는 듯 보여야 한다.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은 설령 가족이라고 해도 배제해야 했다. - P302

행복하게 생활하던 사람은 불행해지고, 불행하게 생활하던 사람은 한층 더 불행해진다. 일상의 소소한 일을 적은 편지가 15년 동안에 몬스터처럼 변모하여 평온한 생활을 인정사정없이 파괴한다. - P3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