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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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내놓은 쓰레기 따위가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살아간다. 그러고는 내일이 되면 또다시 쓰레기를 내놓는다.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건 안다. - P15

아사히가 황급히 커튼을 닫자 남향 방이 어두워졌다.아사히는 방에 불을 켜며 생각했다. 저렇게 더러운 집에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백번 낫다고. - P39

쓰레기집을 정리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건 세찬 바람일까, 아니면 따뜻한 햇살일까. 단호하게 민폐라고 말하며 당장 치우라고 몰아붙여야 할까. 아니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따뜻한 햇살처럼 그녀의 외로운 마음부터 감싸안아야 할까. - P79

타인의 숨결과 체온이 따뜻했다. 마음이 편안했다. 밤이 무섭지 않았다. 아사히는 깨달았다. 난 외로웠던 거야. 난 외로웠던 거야. 난 이 텅 빈 방에서 사람의 온기를 갈구하고 있던 거야. 따스한 햇살로 비춰주길 바란 건
나였어. - P112

비참하게 버려지고 사회에서 밀려난 것들은 결국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걸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그 자리에 남아 있잖아.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잖아. 저항하고 있잖아. - P143

사실이든 망상이든. 어쩌면 이제 와선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주워온 반짝이는 돌맹이를 보물처럼 간직해둔 상자는, 차라리 영원히 열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있다. 막상 열어보면 안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역시 만나지 않는 편이 나은 걸까. - P149

생명이 다하면 이 몸 역시 언젠가 썩어 사라질 물질일 뿐이다. 불태워지고, 묻히고, 남은 일부는 굴뚝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분자와 원자가 되어 세상을 떠돌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순환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이 세상 어디엔가 내가 머물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싶었다. - P172

쓰레기 왕국은 늘 미움을 받는다. 당연하다.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은 상처뿐인 마음을 안고 열심히 살아간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해결할 방법은 분명 있을 것
이다. - P215

둘 다 세상과 가족에게 비참하게 버려진 ‘쓰레기‘였다. 하지만 버려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과 비슷한 쓰레기에 둘러싸여 잠시나마 마음을 놓고 안도하는 듯했다.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계속 기다렸다. 하지만 그 누군가는 오지 않는다. - P217

아직 입안에서 은은하게 감도는 민트 잎의 상쾌한 청량감이 알려주고 있었다. 설령 누군가 외면하더라도, 그리고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고향을 버리게 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자신만은 포기하지 말라고. - P251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그러니 마지막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마.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격려한다. 아마도 그것은 아직 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몰랐다. 몇 번이고 재활용되는 자원처럼 사람도 실패하고 버려졌다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은 조금씩 닳고 깎여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절망의 늪에 빠진 사와키 씨 같은 사람에게는,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는 말조차 잔인하게 들릴 수 있다. - P263

남자와 사회에 버림받은 그녀는 자신과 닮은 쓰레기들을 모아 딸과 함께 그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나 그것은 학대와 방임으로 여겨졌고, 결국 딸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그렇게 수없이 버림받으며 영혼까지 황폐해진 도모에의 어머니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 P264

딸이 언제든 돌아올 수 있게, 그리고 도모에를 기분 좋게 맞이하기 위해서라도 집을 깨끗이 정리하지 않을래요? 이대로라면 쓰레기로 넘치는 집 앞에 선 순간, 도모에는 그냥 돌아가 버릴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지 않게 우리 같이 청소해요. 집이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어 봐요! - P279

버린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거 하나쯤은 괜찮겠지, 설마 문제가 되겠어 하고. 하지만 라이터와 스프레이 캔, 건전지와 배터리 때문에 청소 차량 화재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된다. 뉴스에도 수없이 나온다. 몰랐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명백한 인재였다. - P309

아무리 말해 봤자 쓰레기 분류도 제대로 안 하는 인간은 계속 나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인간도, 차별하는 인간도, 남의 돈을 빼앗는 인간도, 사람을 속이는 인간도 사라지지 않아. - P311

그 사람들은 애초에 생각을 안 해. 화내도, 한탄해도 바뀌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인간은 언제나 있어. 그런 사람들한테까지 일일이 양심적으로 굴다 보면 결국 내가 먼저 망가져. - P311

내 인생도 가끔은 중간부터 보기 시작한 드라마 같을 때가 있어. 왠지 모르게 거리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슬퍼서 눈물이 날 때도, 기쁠 때도, 화가 날 때도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의 희로애락을 지켜보는 것 같거든. - P325

난 정말 내 인생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어. 그러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거든. 내 삶을 티브이 속 이야기 보듯 멀리서 바라보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가 없었어. - P326

사람은 누군가를 버리고, 또 누군가에게 버림받아. 누군가를 주워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주워지기도 하지. 결국 그런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인간의 숙명 아닐까.쓰레기랑 별반 다르지 않아. - P340

가족도 겉으로는 끈끈해 보여도 일시적인 관계일 뿐이야. 부부도, 부모 자식도 결국 서로를 진정한 의미에서는 지켜줄 수 없어.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기도 어럽고. - P351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위기감이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충분히 전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매립되는 쓰레기의 양은 수십 년 전 보다 줄어들고 있지만 그것 역시 재활용 기술의 발전과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노력 덕분인 경우가 많았다. - P358

아이들한테는 쓰레기 줄이는 법이랑 재활용하는 법을 열심히 가르치는데, 정작 어른이 되면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도 있어. 게다가 거짓말을 하거나 윽박질러서 억지로 상대를 굴복시키려 드는 상식 밖의 인간이 되기도 하지. - P365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왕국을 품고 살아간다. 부부나 부모 자식이라 해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고독 속에 홀로 서있는 인형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 P380

아버지는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결국 어머니와 저를 아버지의 왕국 안에 가둬두고 살게 했어요. 우린 계속 억압당해 왔고요. 그 균열이 결국 지금에 와서 터진 거예요. - P381

가족은 원래 하나가 아닌 다 각기 다른 존재들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의 국경을 존중하고 교류하며 보듬어주기 때문에 깊은 유대감 속에서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다. - P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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