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무리 사악한 귀신이나 악랄한 저주라 해도 사람을 이런 식으로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단순히 위해를 가하는 것과 물리력을 행사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만약 이런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 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P46

저주라는 단어는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죽음의 방아쇠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온몸을 할퀄 정도로 고통에 차서 죽는 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 P76

흉담을 들으면 반드시 죽는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영향력에 놓이게 된다니,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저주인 셈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제 와서 이 시점에 그 저주받은 이야기가 툭 튀어나온 걸까? - P92

흉담을 들은 이는 모두 죽었으니까. 도대체 어떤 이야기이기에 그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만들어내는 걸까?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소설가로서의 궁금함도 있지만, 단순해 무서운 걸 즐기는 사람으로서의 궁금함 역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물론 목숨을 걸 생각은 없었다.
- P109

흉담을 들은 이, 즉 저주라는 이름의 기생충에 감염된 이는 이야기를 옮기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흉담의 작동 원리였다. - P139

언령이라는 단어, 잘 아실 겁니다. 주문이나 진언, 뭐라고 불러도 의미는 같죠. 말 자체에 힘이 있다는 데에서 출발하는 거니까요. 말이라는 건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분명히 그 힘을 발휘하죠. 굳이 여러 사례를 끌어올 필요도 없어요.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 게 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 기분 나쁜 말을 던지는 거니까.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흉담이라는 그 이야기 자체가 일종의 주문일지도 모르겠네요. - P149

저주를 만들어내고, 악귀를 창조하며,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 역시 같은 인간의 짓이다. 나는 이 마을에서 살았다던 무당이 어떤 마음으로 흉담을 만들어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런 저주가 없었다면 학살은 멈추지 않았으리라. 무당이 무엇을 제물로 삼아 끔찍한 저주를 탄생시켰는지 그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죽은 이들, 죽어간 이들을 재료로 쓴 것이다. 그러고는 흉담을 퍼뜨렸다. -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