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시도해도 셋 중 둘은 실패한다. 생각대로 죽지 못한다. 그러니 다시 생각하기를 바란다. 살아만 있으면 희망은 있다. 살아남기를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패하면 더 큰 고통을 얻는다. 포기하는 게 좋아. 포기한 는게 나아. 포기하는 게 나아. - P18
어딘가 내가 모르는 데서 죽었으면 좋겠다. 죽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면 한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 사람이 아니었으면 애당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테고 이 사람을 지각하는 나 자체도 없어지므로. - P145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한 목소리라 나도 더는 문자 않았다. 믿는다거나 안 믿는다거나, 형태도 없는 감각적인 이야기를 들이대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무엇을 어디까지, 언제까지 믿지 않고 있으면 될까. 멍하니 밤 하늘을 바라보는 내게 이웃은 가벼운 말투로 입을 연다. - P256
그렇게 이상한 말을 한 걸까? 헤매게 할 능력이 있는 존재라면 처음부터 제대로 피하면 그만인 이야기다. 인간도 도둑을 경계해 집을 잠그기도 한다. 괴이, 아니면 신? 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면 되는 일이다. - P275
꼭 필요한 건 아니더라도 형이 언급했으니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 것이다. 동시에 내게도 전혀 의미가 없는 장소는 아니었다. 적어도 그곳은 아무 걱정 없이 살았던 시절 나눈 형과의 추억이 있다. 좋은 기회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십오 년 만에 찾아가 봐도 좋을 것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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