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그냥 보기만 해서는 오염 상태를 충분히 파악할 수 없는 부분이 여기저기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옷이 많은 사람이었는지 아닌지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사람이었는지 외식을 선호하는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사인은 무엇이었는지. 각각의 요인에 따라 오염 방식이 상당히 다른 데다 겉으로 봐서는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죠. - P16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서요. - P19

우리 일은 변호사처럼 남의 불행으로 먹고사는 경향이 있는 직업이잖아. 고독사는 물론이고 쓰레기 집도 불행한 이야기니까. 변호사나 우리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고 결코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 P44

옷걸이에 걸린 옷을 보다가 기시감을 느꼈다. 기시감의 근원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록으로 남겨 두라는 뇌의 명령을 따랐다. - P56

온종일 같이 있다 보면 세상의 상식이나 도덕관념이 점점 무뎌지거든요. 사장님 말이 옳고, 그 말을 거역하는 건 규칙에 어긋나는 일처럼 느껴지죠. 판단력이 멀쩡한 상태면 이상하다고 깨닫겠지만 이 감각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좀 어려울 거예요. - P114

다섯 살이라는, 세상을 인식할 나이에 그의 눈에 비춘 풍경은 형을 학대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편을 들어줘야 할 어머니마저 학대하는 사람 옆에 서 있었으니 다섯 살이었던 긴지로는 도리가 없었다. 아마 두 사람이 철저하게 입막음했을 테고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상당한 각오가 필요했을 터다. - P130

부모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수 있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어. 경제 문제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한 문제도 있어. 바로 도무지 부모답지 않은 놈들 밑에 태어나는 비극이야. 그래, 아이에게는 비극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그 비극과 어떻게 맞서고 어떤 어른이 될지는 그 아이에게 달려 있지만 말이야.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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