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동정과 시혜적 태도가 섞인 댓글들을 볼 때면 리지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대개의 댓글은 만족스러웠다. 아름답다, 예쁘다, 평범한 눈보다 사랑스럽다, 비율로 따지자면 그런 반응이 더 많았다. 유기체 눈을 가진 사람들이 리지를 동경할 때마다 리지는 가슴 깊이 꿈틀거리는 어떤 기이한 감정을 느꼈다. 이건 자긍심일까? - P37

나는 이쪽 세계에서 멜론을 팔고, 저 녀석은 그쪽 세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지. 어느 세계에 있든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고,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지. 그리고 우리는 이 거리에서 종종 마주친단다. 또 다른 나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자주 마주치는 건 우리 둘이었어. 세상 의 틈새로 가끔 끼어드는 불가피한 우연 같은 일이지. - P51

덕분에 이 서점의 책들은 읽히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부여받았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조금씩은 있기 마련이라, 서점에 들어선 사람들 중 일부는 감탄하며, 신이 나서, 혹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책을 사서 돌아간다. 그런 고객들 덕분에 매출은 서점이 유지될 정도로는 꾸준했다. 하지만 나는 팔려나간 책들의 내용이 영원히 미지로 남으리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슬펐다.
- P63

소년은 꺼질 듯 희미한 삶을 이어간다. 우리는 소년에게 팔을 뻗고, 균사체를 엉기게 하고, 소년의 신경계에 말을 건다. 늪으로 들어와. 이 안쪽은 안전해. - P114

소년은 우리에게 먹히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동일시했다. 우리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또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자유롭다. 우리는 살아있다. - P1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